宋旻淳 < 외교통상부 장관 >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주말 임기 중 세 번째로 중동을 방문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중동은 머나먼 곳이었다. 사막과 낙타,석유 그리고 독특한 이슬람 문화 등 단편적인 이미지들만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은 고대문명의 시원(始原)이자 문명 간 교류의 주역이었다. 오늘날 중동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공급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전의 유지 측면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 때문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럽은 물론 멀리 있는 미국과 러시아,중국과 일본도 중동과의 관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 중동이 이제 경제적으로도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막대한 오일 달러를 발판으로 새로운 발전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와 중동 간 교류의 역사도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리아'라는 이름도 아라비아 상인을 통해 서방에 알려졌다고 한다. 70~80년대 중동건설 붐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현재 세계 5위의 석유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전체 석유수입의 82%,LNG의 5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한다. 이 중에서 노 대통령이 방문할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 3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석유는 전체 수입의 46%,LNG는 28%를 차지한다. 이들 3국에서의 건설수주도 우리의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42%를 차지하고 있고,사우디에서의 건설수주만도 누계로 580억달러에 이른다. 3국에 대한 우리의 작년도 수출도 전년 대비 40%가 늘었다.

중동 정치문화의 특성상 정상(頂上) 간 직접 대면을 통한 포옹과 대화가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면,그간 우리의 대(對) 중동 정상외교는 충분치 못했다. 우리 정상이 걸프협력회의(GCC)의 주요 국가인 사우디와 쿠웨이트를 27년 만에,카타르를 1974년 국교 수립 후 처음 방문한다는 사실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소걸음'을 해왔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한·중동관계 개막을 위해 에너지와 건설분야에 국한된 단선적 협력에서 벗어나 전략적인 비전하에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는 중동과의 협력을 에너지 건설 플랜트 IT 등 경제분야를 넘어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체육 의료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협력 관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둘째 중동의 대 한국 투자유치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이미 중동국가들은 우리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부산 신항만의 최대 주주이고 우리 LNG선의 최대 발주자이기도 하다. 동시에 우리는 사우디,쿠웨이트 석유비축기지 건설 참여와 인프라 건설 참여 확대를 모색할 것이다.

셋째 우리는 걸프 국가들과의 사람과 물자,그리고 서비스의 교류 확대를 위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진지하게 검토해 관련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협정이 맺어진다면 경제관계 심화는 물론 정치적,문화적 유대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국가발전 경험은 대 중동협력에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적 경험을 배우고자 한국을 찾고 있다. 한국이야말로 중동국가들의 고충(苦衷)을 진지하게 듣고 함께 길을 찾아볼 수 있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중동국가들이 과거 두 차례의 유가상승을 산업다변화에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반성 위에 최근 유가상승을 지속성장이 가능한 산업구조 창출에 활용하려는 데 대해 우리가 축적해온 국가개발 경험과 전략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귀 아프게 듣던 '중동 붐'의 이면에는 이산가족이 된 우리 근로자들이 사막의 열풍 속에서 흘렸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오랜 친구로서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펴고 있는 중동과의 차원 높은 협력은 우리에게도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가장 좋은 물건은 새 것이고,가장 좋은 친구는 오랜 친구다"라는 아랍 속담처럼,이번 대통령 방문으로 천년의 친구 한국과 중동이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