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 손잡고 동아제약 이사회 복귀를 시도 중인 유충식 동아제약 부회장(전 동아제약 대표)이 21일 '동아제약 발전을 위해서는 한미약품과 합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동아제약 측은 이에 대해 "경영권 장악을 위해 동아제약을 한미약품에 팔아넘기려는 시도"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강신호 회장 측과 강 대표 측 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유 부회장은 이날 서울 수석무역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 부회장이 동아제약 출신인 장안수 한미약품 사장과 함께 한미약품이 동아제약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한미와의 합병 문제는) 앞으로의 과제지만,그렇게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국내 제약사도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병 문제는 한미약품이라는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현 추세로 볼 때 제약회사가 커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유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 배경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동아제약 경영 복귀를 시도하는 강 대표 측과 동아제약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업계 1위 도약을 꿈꾸는 한미약품 측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지난 9일 강 회장을 만나 두 회사의 주식을 300억원어치씩 맞교환하자고 제안,한미약품에 의한 동아제약 M&A설이 나돌았었다.

유 부회장과 강 대표는 이날 임 회장에 대해 "항상 자문을 받고 있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좋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밝혀 그동안 상당한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와 달리 업계 일각에서는 유 부회장의 이날 발언은 오는 29일 주총에서 한미약품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러브콜'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 대표는 이날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해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현 동아제약 경영진과 협력해 회사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강 회장의 4남으로 이복동생인 강정석 전무에 대해서는 "동아제약 영업본부장과 자회사인 동아오츠카 사장을 겸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어느 쪽이 되건 한쪽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제약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 등과 같은 외부 세력이 동아제약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 아버지(강 회장) 편에 서겠다고 한 강 대표가 이제 와서 한미약품과 연대 의사를 내비친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난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