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에서 중국 국내은행과 외국 은행 간 전쟁이 시작됐다.

씨티은행,스탠다드차타드,HSBC,홍콩 둥야(東亞)은행 등 4개 은행이 21일 은행업 개방 후 처음으로 위안(元)화 영업 허가증을 받았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정식 영업에 들어가게 된다.

중국도 외국 은행의 공격에 맞서 탄탄한 수비막을 치기 시작했다.

중국은 전국에 3만7000개의 지점을 가진 자본금 200억위안 규모의 우정은행을 이날 출범시키기로 했다.

13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 중국 은행과 외국 은행들 간의 진검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외국은행,상류층부터 공략

4개 은행은 모두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로 동부 연안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50만명의 고소득 계층이 타깃이다.

이들의 총 자산은 1조5900억달러(2005년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 은행들은 중국 은행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기획 능력 등을 십분 활용,영업망 열세를 극복해간다는 전략이다.

또 주택대출인 모기지론도 외국계 은행의 중요한 시장이다.

HSBC는 아예 모기지론 비즈니스를 미국에서 철수하고 중국에 집중하기로 했다.

상류층과 고도 서비스가 필요한 부분을 먼저 공략한 뒤 서민을 대상으로 서서히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외에도 한국의 우리은행 등 10여개 해외 은행이 법인설립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허가증만 나오면 곧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인력 확충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범수 우리은행 베이징지점장은 "중국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 유학파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며 "실적에 따라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외국 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는 중국 금융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 안방 수성 비상

중국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베이징은행은 올초 한국인이 많이 몰려 사는 왕징지점에서 한국인만을 위한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말을 하는 직원도 배치했다.

공상은행은 최근 은행 상품을 알리는 우편물을 각 가정에 보내기 시작했다.

전화요금을 내러 가도 손님이 한시간 기다리는 건 예사였던 중국 은행의 관행에 비춰보면 파격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서비스 정신부터 재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첨단 금융 기법을 도입하기 위한 해외 은행과의 제휴나 인수도 활발하다.

중국 은행은 스코틀랜드왕립은행과 합작으로 프라이빗뱅킹을 위한 벤처회사를 세우기로 한 데 이어 미국의 한 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교섭 중이다.

공상은행은 홍콩과 인도네시아에서 은행을 사들였다.

건설은행 역시 해외 은행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은행 틈새시장 공략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중국 내 법인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거대 자본과 높은 브랜드력을 가진 외국 은행과 막강한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국 은행 사이의 틈새시장을 겨누고 있다.

한국 사람과 조선족이 많이 사는 산둥성 등 동북 지역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한국 기업이 집중된 곳에서 영업을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우리은행 김범수 지점장은 "자본과 영업망 모든 부분에서 열세지만 중국인과 한국인의 정서적 공통점을 활용한다면 마케팅 면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안화 업무는 물론 신용카드 부문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