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무원 '철밥통 깨기'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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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무원 사회가 '폭풍 전야'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전체 공무원 수를 10% 감축하겠다는 하드웨어 개혁이 발진됐다면 아베 신조 총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 개혁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총리 직속의 와타나베 요시미 행정개혁상 주도로 마련,자민당과 협의 중인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방향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깨는 것.이를 위해 △낙하산 인사 금지 △민간인 채용 확대 △연공서열 폐지 등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법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각 부처가 예산과 권한을 이용해 직원들을 산하 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재취업시키는 일명 '아마쿠다리(낙하산 인사)'를 금지하는 것.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정부가 마련한 법 개정안이 낙하산 인사 금지 규정을 어긴 공무원을 징역형으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십 년간 관행으로 여겨진 낙하산 인사를 놓고 징역형에까지 처한다는 것에 대해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공무원들의 재취업은 각 부처로부터 독립적인 '인재 은행'에서 일원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공무원이 산하 기관이나 기업에 재취업할 때 소속 부처의 입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현재 일본의 중앙 부처들은 장관 비서실이 중심이 돼 직원들의 기업 재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2005년 8월부터 1년간 퇴직한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 간부 1263명 중 42.5%가 출신 부처와 관련 있는 공익 법인 등에 취업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재취직 등 감시위원회'(가칭)를 둬 공무원들이 재취업할 때 이곳의 승인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재취업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 등이 있었는지를 따져 보겠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올해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 간부의 10%를 민간에서 공모로 뽑고 이 비율을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공무원 승진 체계와 임금 제도도 개선해 능력과 실적을 기준으로 승진 여부와 급여를 정할 방침이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개혁 추진에 관료 조직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통산성 관료 출신인 오미 코지 재무장관은 "무조건적인 낙하산 인사 금지는 더 많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공무원들이 민간 기업으로 옮겨 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며 개혁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료 출신의 자민당 의원들도 이런 저런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아베 총리가 공무원 개혁을 자신의 임기인 2009년 9월 이전에 시행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일정 유예 기간을 둬 2010년 이후에나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시행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다.
공무원 노조도 능력급제를 도입하면 노동 3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개혁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는 최근 '공무원 개혁에 반대하는 장관은 경질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고이미즈 전 총리가 우체국 금융 등 우정 민영화를 밀어붙여 국민적 지지를 받았듯이 아베 총리는 공무원 개혁으로 민심을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40% 선으로 떨어진 저조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아베 총리는 공무원 개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얘기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