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반환이 지연되면서 북핵 6자회담이 파행을 겪었다.

주중 한국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약속만으로 일이 추진되지만 사회주의 사회에선 실물이 중요하다"며 "신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댜오위타이 회담장에서는 한·미·중·일·러 5개국 대표단이 회담 일정 마지막날인 21일까지 BDA 북한 자금의 이체가 완료되기만을 기다리며 개점 휴업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5개국은 19일 미국이 제재 해제를 공식 발표한 후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북한 계좌로 이체까지 완료돼야 한다며 숙소인 주중 북한 대사관에서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대표는 "휴회를 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좌절감을 토로했다.

천영우 우리 측 회담 대표는 "북한이 동결 자금이 수중에 들어와야 토의에 임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양자 협의 수준 이상의 토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전 북핵 협상 대표였던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북한은 골치 아프고 알 수 없는 집단"이라며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냈다.

북한은 BDA의 50개 계좌에 분산돼 있던 2450만달러를 중국은행 베이징 지점의 조선무역은행 계좌에 일괄 송금해달라고 미국과 중국에 요청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50명의 예금주가 각각 이체 신청을 해야 하고 예금주가 개인인 경우에는 자금의 성격과 용도를 증명하는 서류까지 첨부해야 한다.

중국 측은 "서류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은행 베이징지점 외환담당자인 김선 과장은 "달러 거래이기 때문에 뉴욕을 거치는 데도 시차가 발생하지만 그렇더라도 통상 이튿날이면 이체가 완료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