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질시하거나 반목하는 일이 없다.

씨앗이 떨어진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천 그루이든 만 그루이든 떼를 지어 수풀과 산림을 이루고 평화롭게 뻗어난다.

그러므로 우거진 숲이나 산림을 보게 되면 누구나 평화를 꿈꾸게 된다." 박목월 시인의 '나무송(頌)'이다.

그렇다.

나무는 우리에게 안락함을 안겨주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르친다.

비록 더디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자라서 대들보로 쓰일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기도 한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자아내고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것도 나무다.

나무가 지닌 덕(德)은 어떤가.

나무는 주어진 환경을 탓하는 법이 없다.

주는대로 햇볕을 받고 바람과 비를 맞으면서도 많다 적다 불평은커녕 서로 다투지도 않는다.

놓여진 자리에서 이웃을 넘보거나 부러워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나무와 함께 걸어가면서 훤칠한 키가 되었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매우 의미있게 다가온다.

올해도 나무심는 계절이 돌아왔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나무를 심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식목일은 보름이나 남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기온이 올라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라는데,남부지방의 여러 지자체들은 이미 식목행사를 끝냈다고 한다.

파주시는 올해부터 식목일 행사를 아예 춘분일에 하기로 결정했다.

1946년부터 계속된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빠지면서, 지역사정에 맞게 변경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나무심기는 자연력을 복원해 윤택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나무는 산소를 공급하고,소음을 감소시키고,공기 속의 먼지를 걸러주기 때문이다.

50년생 활엽수 한 그루가 12명이 숨쉴 수 있을 정도의 산소를 방출한다고 하니,훌륭한 허파인 셈이다.

송곳을 꽂을 만한 빈 공간까지도 찾아내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잎눈이 트고 물오름이 막 시작되는 지금,나무를 심으면서 그 나무가 주는 교훈을 익히고 날로 악화되는 우리의 환경을 한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