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자동차가 '딜브레이커(Deal Breaker·결렬요인)'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20일(미국시간) 이틀째 수석대표 회담이 끝난 뒤 "자동차(협상 진도)가 가장 더디고 새로운 진전이 전혀 없다"며 "미국도 가장 민감한 사항이고 우리도 관세 철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견 접근이 없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이날 한·미 FTA 관련 청문회를 열어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자동차 시장의 각종 비관세 장벽은 걷어버리되,미국은 관세를 철폐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문하기도 했다.


◆"미국 관세 철폐 의지 미약"

자동차 관세 철폐는 한국의 핵심 이슈다.

미국 관세 2.5%가 철폐될 경우 대표적인 수출차종인 현대 쏘나타는 500~560달러가량 낮아져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한국은 관세 조기(즉시 혹은 3년 내) 철폐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자동차를 '기타(Unidentified·개방 예외)로 분류해놓고 한국의 세제 등 비관세 장벽 제거만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세제 개편에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이 6차 협상 이후 특별소비세 등 단계 축소와 관세 즉시 철폐 주장을 조기 철폐(즉시 3년 내 철폐)로 수정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이는 미국 업계가 한국 시장 진입보다는 자국 시장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고 관세 철폐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은 관세 철폐 의지가 별로 없다"며 "결국 미국은 한국의 세제 개편 등을 트집잡아 관세 철폐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 협상단의 전략 실패도 지적된다.

미국에 관세 철폐를 요구할 카드가 없는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 관세 철폐만큼이나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한국의 농산물 개방이지만 이를 연계하지 못하고 있다.


◆"FTA 이익이 자동차에 달려"

자동차 문제는 최후까지 남아 딜브레이커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통상장관 회담에서 자동차 농업 등 10개 미만의 최종 쟁점이 다뤄질 것"이라며 "자동차가 농업과 함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관세 철폐가 늦어질 경우 FTA의 기본인 상품 양허안에서 양국 이익의 균형이 어긋난다.

현재 양국의 관세 즉시 철폐 비율은 품목수로는 85%대로 같지만 수출입액수로는 13.5%나 차이난다.

이는 한국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부품 29가지를 미국이 '기타'로 분류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