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금융감독원과 함께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한 것은 저축은행의 PF 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데다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하락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자칫 금융시장 혼란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수익-고위험 대출

PF는 금융회사가 건설업자들에게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미래에 발생할 수익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는 대출이다.

저축은행이 하고 있는 PF는 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건설 시행사에 초기 토지 매입자금을 빌려 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저축은행은 6개월이나 1년 만기로 시행사에 토지 매입 계약금이나 잔금을 빌려준다.

이 대가로 만기 때까지의 모든 이자와 별도의 수수료를 대출과 동시에 미리 받는다.

시행사들은 자금력과 담보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으로부터 10%가 넘는 고금리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시행사들은 분양 사업 인허가를 받으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저축은행 대출을 갚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출을 받은 시행사들의 분양 사업이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때 일어난다.

특히 PF 대출 중 토지 계약금 대출은 담보물이 없어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위험하다.

또 토지 잔금 대출도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나대지가 담보물인 경우가 많아 담보 가치가 떨어진다.

저축은행들은 이때 경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하지만 낙찰률이 50%를 밑돌 때가 허다하다.


◆PF 대출 갈수록 급증

사정이 이런데도 저축은행들은 갈수록 PF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04년 12월 말 3조4816억원이었던 저축은행의 PF 대출은 지난해 말 11조2660억원으로 7조7844억원(223%)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대출에서 PF가 차지하는 비율도 12.3%에서 26.7%로 급증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PF 대출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위험도는 높지만 리스크 관리만 잘 하면 고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익성에도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PF로 벌어들인 운용수익률은 2004 회계연도(2004년 7월~2005년 6월)에 17.2%였지만 2006 회계연도 상반기(2006년 7~12월)에는 15.8%로 뚝 떨어졌다.

반면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다.

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10.3%로 5.8%였던 6개월 전에 비해 4.5%포인트 늘어났다.

예보 관계자는 "PF 대출은 이자와 수수료를 선취하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대출 만기 전에는 연체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연체율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예보는 이달 초 부동산 가격 하락시 저축은행 PF 대출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PF가 부실해지면 저축은행 PF 대출을 이어받은 은행들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연쇄적으로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에 대해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PF를 취급하면서 노하우를 쌓아 최근에는 해외 PF에 나설 정도"라며 "리스크 관리능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금융감독당국도 감사

감사원은 이번에 저축은행 PF 대출 부실 여부를 따지는 한편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체계도 감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PF 대출이 급증했는데 이를 방조하거나 리스크 관리책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여부를 감사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감독 체계나 과정에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중징계로 이어질 수 있어 금감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축은행 PF에 대한 대손충당금 기준을 강화하고 전체 대출액에서 PF와 건설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30% 이하로 낮추라고 지시하는 등 PF 리스크 관리대책을 써왔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