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국 이구산업 사장(58)은 "동판산업은 영원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청동기 시대 이후 동은 인류의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받아온 원자재라는 생각에서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포승공장 건설을 추진한 것도 이러한 믿음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흔히들 제조업이 위기라고 이야기하죠.하지만 누군가는 지금도 어디선가 동판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수요가 존재하는 한 제조업은 언젠가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그는 세계 동판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전자제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면서 동판 신소재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그는 특히 세계 자동차 업계의 하이브리드카 개발경쟁을 동판산업의 호재로 꼽았다.

하이브리드카는 높은 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의 2배에 달하는 동판이 사용된다.

승용차 1대에는 대략 13㎏의 동 및 동합금 부품이 들어간다.

손 사장은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동판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동이 높은 항균효과를 가졌다는 학계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어서다.

손 사장은 영국의 한 병원이 최근 병동 문 손잡이와 난간 손잡이에 모두 동을 입힌 예를 꼽았다.

그는 "동이 그만큼 뛰어난 원자재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동은 외관이 아름답고 수명이 긴 데다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는 신비로운 금속이지요.

동판업체를 경영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그만큼 큽니다."

손 사장이 이렇게 동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데는 그의 오랜 회사 생활도 한몫했다.

그는 1974년 입사해 부친이자 창업자인 손정환 회장(84)의 뒤를 이어 1983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자신 인생의 반 이상을 이구산업에 쏟아부은 셈이다.

손 사장은 "여력이 다할 때까지 국내 동판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이구산업을 반드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