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1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5.25%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중립으로 완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경기둔화의 심각성도 인정했다.

월가에서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단기간 내에 내릴 것으로 속단하는 건 이르다고 보고 있다.

FOMC가 기준금리를 여섯 번 연속 동결하면서 내놓은 '통화정책 발표문'은 지난 1월31일과 상당 부분 달라졌다.

크게 다른 점은 세 가지.현 경제 및 인플레이션 진단과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 그것이다.

이 중 월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이 통화정책 기조 변화다.

FOMC는 지난번까지 '추가 긴축(additional firming) 여부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번엔 '앞으로의 정책 조정(future policy adjustment)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전망에 달려 있다'고 수정했다.

'추가 긴축'이란 말 대신 '정책 조정'이란 말이 사용됐다.

월가에서는 이로 미뤄 통화정책이 긴축기조에서 중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지는 않더라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정책기조가 변화한 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 등으로 경제의 견조함이 흐트러졌다는 걸 인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FOMC는 실제 '최근 경제지표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택부문은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택경기도 일부 안정화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는 표현에서 상당히 후퇴했다.

그렇다고 FRB가 당장 금리를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인플레이션 지표의 악화도 강조했기 때문이다.

FOMC는 발표문에서 '근원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소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가 개선돼 왔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강한 표현이다.

FOMC는 경제전망에 대해선 종전 시각을 유지했다.

'경제는 앞으로 적절한 수준으로 확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며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도 여전하다'고 봤다.

이는 현 경기가 다소 불안한 점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의 전망마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걸 뜻한다.

바로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로버트 맥티어 전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