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회사법 개정으로 오는 5월부터 '3각 합병'이 전면 허용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이 손쉬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외국 기업의 'M&A 사냥' 표적이 되기 쉬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강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각 합병은 덩치 큰 외국 기업이 일본 내 자회사를 활용해 일본 기업을 합병하는 것. 외국 기업은 합병되는 일본 기업 주주에 합병 대가로 자사주를 줄 수 있다. 기업가치보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게 평가된 일본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 회사들의 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회사법을 개정,3각 합병을 즉각 허용할 계획이었다.
日기업들 '3각합병'에 떤다
그러나 벤처기업 라이브도어의 부정 회계 파문으로 도쿄 증시 주가가 폭락하자 시행 시기를 1년 늦춰 오는 5월부터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외국 기업이 일정 지분(약 20%) 이상을 인수할 경우 투자 목적 등을 공시하도록 정관을 바꾸는 경영권 방어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M&A 시도 때 대책을 강구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이 같은 방어책은 2005년 4월 마쓰시타전기가 처음 도입한 이후 지난 3월2일 현재 202개 상장사가 도입했다.

전체 상장사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달 들어서도 이미 24개사가 이 조치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기업들은 특히 최근 미국계 펀드인 스틸러 파트너스가 일본의 대표적 맥주 회사인 삿포로맥주를 인수하겠다고 공개 제안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스틸러 파트너스는 현재 삿포로맥주의 지분 18%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삿포로맥주 경영진은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책을 도입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스틸러 파트너스가 반대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일본 기업들은 이 밖에 우호적인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개인들을 상대로 IR(투자자들을 위한 홍보)를 적극 실시할 계획이다. 야마하 등 많은 일본 기업이 처음으로 개인주주들에게 사업 내용과 재무 현황을 설명하는 행사를 갖고 신일본제철도 개인주주들의 의식 조사를 하는 등 안정 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