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샌드위치론'과 '경제위기론'을 설파하며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당분간 대외 발언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가급적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외부 노출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 전략기획실은 최근 이 회장의 발언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사회 각계의 논란과 여론의 동향을 종합,이 회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에는 언론의 돌발적인 질문에 대한 이 회장의 답변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세간에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을 해석하는 입장에 따라 진의가 왜곡되고 변질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담겼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1일 열린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소 참모들의 건의를 존중하는 스타일로 미뤄볼 때 이 회장은 앞으로 상당 기간 외부 접촉을 삼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은 순수하게 삼성과 나라 경제의 앞날을 걱정한 것이었지만 의외로 너무 파장이 컸다"며 "발언 내용이 첨예한 논쟁이나 정쟁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을 보면서 과거 '베이징 발언'으로 낭패를 겪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1995년 4월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관료는 3류,기업은 2류"라며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부를 비판해 큰 곤욕을 치렀다.

당시 삼성은 청와대에 공식 사과까지 하며 사태를 마무리했지만 그 후로 이 회장과 기자들의 접촉은 원천 봉쇄해버렸다.

이번 발언 역시 당시 상황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파문이 이어질 경우 궁극적으로 경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삼성 측의 판단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