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촌 마을에 1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등 예산이 중복적으로 지원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 부처들이 비슷한 사업을 제각각 시행하고 있어 어떤 사업이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힘들고 예산도 마을마다 나눠먹기식으로 분산된다는 비판 또한 제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농어촌 지역개발·복지분야 지원체계 효율화 방안'이라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22일 기획예산처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의 경우 △새농어촌건설운동(2001년) △정보화시범마을(2002년) △팜스테이마을(2003,2004년) △녹색농촌체험마을(2004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2004년) 등 6개 사업이 중복됐다.

이동필 선임연구위원은 "단양의 한 마을에서는 정보화시범마을과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을 하느라 홈페이지를 두 개 만든 사례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홈페이지를 통해 농산물에 대한 주문을 받거나 전자상거래가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어 예산 낭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정확히 어느 동네가 100억원 이상 지원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보고서는 또 농촌생활환경 관련 사업의 소관 부처가 달라 이들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면 단위 생활용수 개발은 환경부 △마을 단위의 생활용수 개발은 농림부 △면 단위 하수도 정비는 환경부 △마을 하수도 정비는 행정자치부 △소하천 정비는 소방방재청에서 각각 담당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농촌 예산이 마을별로 나눠먹기식으로 집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2000~2004년 충북 제천시의 오지개발사업을 보면 A면에 모두 20억원이 투입됐으나 17곳에 평균 1억2000만원씩 분산됐다.

또 B면과 C면에도 각각 20억원이 들어갔으나 16곳과 15곳으로 나뉘면서 단위 사업당 예산이 각각 1억3000만원 안팎에 머물렀다는 것.

연구원은 농촌개발사업이 독립된 마을을 대상으로 하고 읍·면 소재지 등 농촌 중심지 육성에 대해서는 홀대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촌 인구 감소와 노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마을의 존립 여부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은데도 소외 마을 위주로 예산이 집행되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의 예산 집행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