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자금 이번엔 '금융질서' 벽에 막혀…6자회담 결국 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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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 회담이 '국제 금융 질서'라는 높은 벽에 부딪쳐 또 한번 좌절됐다.
미국이 북한 자금 동결의 전면 해제를 전격 발표하면서 낙관론 속에 출발한 6자 회담이었으나 정작 제대로 된 협상은 시작도 못하고 끝났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돈이 안 들어왔다'며 협상을 거부하는 가운데 남북한과 미·중·일·러 6개국 대표단 100여명은 댜오위타이 국빈관에 모여 북한 자금 이체가 끝나기만 하염없이 기다리다 22일 빈 손으로 하나둘씩 철수했다.
6개국이 복잡한 금융 문제를 정치적 의지로 풀려고 한 실수를 범했다는 평가다.
◆북,금융도 정치적 해결 요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개설된 북한 계좌 50여개의 소유주는 △조선무역은행,단천상업은행 등 20여개 은행 △조광무역 등 11개 무역회사 △개인 9명 등이다.
북한이 요구한 방식대로 BDA자금을 조선무역은행의 중국은행 베이징 지점 계좌로 일괄 송금하려면 50여명의 예금주가 직접 이체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일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며 BDA에 이체 신청서 1개를 제출했다가 거부당했고 22일까지 계좌 주인들로부터 이체 신청서를 걷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북한은 전세계와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마카오와의 금융 거래 전모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북한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정치적 논리를 고집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 자금 '폭탄 돌리기'
북한이 50여명의 이체신청서를 모아온다고 해도 첩첩산중이다.
베이징의 한 금융 전문가는 "BDA는 미국 재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래 달러 계좌가 모두 폐쇄된 상태라 달러 송금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BDA가 북한 돈을 어디로든 이체하려면 임시로 달러 계좌를 만들어야 하나 이를 자발적으로 받아줄 만한 은행도 없어 보인다.
BDA가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뿐 아니라 북한 자금도 불법 활동에 연루됐다고 미 재무부가 선고를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행은 BDA가 돈을 보내더라도 받아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북한 계좌를 받아주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중국은행은 뉴욕증시 상장을 희망하고 있어 북한과 금융거래에 연루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욕심이 앞선 6자회담
이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왜 "BDA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했을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최소한 미국 재무부는 기술적인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국무부는 잘 몰랐거나 귀담아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19일 북한 자금 동결 해제를 발표하면서 "거쳐야할 절차가 많고 (송금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도 북핵 협상을 진척시키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사소하고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면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받는 분위기일 정도"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미국이 북한 자금 동결의 전면 해제를 전격 발표하면서 낙관론 속에 출발한 6자 회담이었으나 정작 제대로 된 협상은 시작도 못하고 끝났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돈이 안 들어왔다'며 협상을 거부하는 가운데 남북한과 미·중·일·러 6개국 대표단 100여명은 댜오위타이 국빈관에 모여 북한 자금 이체가 끝나기만 하염없이 기다리다 22일 빈 손으로 하나둘씩 철수했다.
6개국이 복잡한 금융 문제를 정치적 의지로 풀려고 한 실수를 범했다는 평가다.
◆북,금융도 정치적 해결 요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개설된 북한 계좌 50여개의 소유주는 △조선무역은행,단천상업은행 등 20여개 은행 △조광무역 등 11개 무역회사 △개인 9명 등이다.
북한이 요구한 방식대로 BDA자금을 조선무역은행의 중국은행 베이징 지점 계좌로 일괄 송금하려면 50여명의 예금주가 직접 이체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일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며 BDA에 이체 신청서 1개를 제출했다가 거부당했고 22일까지 계좌 주인들로부터 이체 신청서를 걷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북한은 전세계와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마카오와의 금융 거래 전모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북한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정치적 논리를 고집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 자금 '폭탄 돌리기'
북한이 50여명의 이체신청서를 모아온다고 해도 첩첩산중이다.
베이징의 한 금융 전문가는 "BDA는 미국 재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래 달러 계좌가 모두 폐쇄된 상태라 달러 송금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BDA가 북한 돈을 어디로든 이체하려면 임시로 달러 계좌를 만들어야 하나 이를 자발적으로 받아줄 만한 은행도 없어 보인다.
BDA가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뿐 아니라 북한 자금도 불법 활동에 연루됐다고 미 재무부가 선고를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행은 BDA가 돈을 보내더라도 받아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북한 계좌를 받아주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중국은행은 뉴욕증시 상장을 희망하고 있어 북한과 금융거래에 연루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욕심이 앞선 6자회담
이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왜 "BDA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했을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최소한 미국 재무부는 기술적인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국무부는 잘 몰랐거나 귀담아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19일 북한 자금 동결 해제를 발표하면서 "거쳐야할 절차가 많고 (송금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도 북핵 협상을 진척시키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사소하고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면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받는 분위기일 정도"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