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광역재개발을 위한 재정비촉진지구(이하 재정비 지구)의 용적률과 층수를 법적 상한선 이하로 낮춰 규제하는 자체 심의 기준을 만들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도시 재정비 특별법 시행령에서 층수를 제한하지 않도록 한 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고가 40층 안팎으로 제한돼 재정비사업 활성화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서울시 기준대로라면 재정비 사업이 기존 뉴타운보다 나을 게 없게 된다"며 향후 재정비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정비사업 취지 무색

2005년 12월 제정된 도시재정비 촉진 특별법은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기존 뉴타운을 광역 재개발로 돌려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담고 있다.

이 인센티브의 핵심은 용적률과 층수 완화였다.

특별법 시행령에서는 재정비지구 일반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국토계획법 상한인 300%까지 완화할 수 있게 했다.

즉 현행 서울시 조례상의 2종 일반 주거지역 200%,제3종 일반 주거지역 250% 한도보다 각각 50%포인트 높은 250%와 300%의 용적률을 허용한 것.그러나 서울시의 이번 심의 기준은 2종은 230%,3종은 250%로 법적 상한선보다 낮췄다.

시행령에서 층수제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키로 한 2종 일반 주거지역의 층수에 대해서도 심의 기준은 서울시 조례보다 40%만 더 늘릴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평균 11층은 평균 15.4층,기존 평균 16층은 평균 22.4층으로 한도를 높여 40층 안팎까지만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연규 한국도시개발연구포럼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 등의 규제까지 감안하면 재정비 사업이 기존 뉴타운보다 더 불리할 수도 있어 주민들의 불만과 반대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 '고밀도개발 억제'

서울시는 특별법보다 강화된 심의 기준을 만든 것은 합리적인 도시계획과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원래부터 층수 제한이 없는 제3종 일반 주거지역도 건축 심의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최고 35층 정도만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비 지구라고 해서 층수를 무제한적으로 풀어줄 수 없었다는 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제한 역시 재정비 지구가 고밀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면서 "단,역세권과 구릉지를 하나의 사업 단위로 묶어 개발하면 용적률을 더 높여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 심의 기준이 건설교통부와 사전 협의 없이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강북 타워팰리스 건립' 등 재정비 사업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만 줄곧 제시해오던 중앙정부와의 마찰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교부 주거환경팀 관계자는 "재정비 사업이 용적률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면서 광역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인 것은 분명하지만,일단 서울시에 사실 관계 등을 먼저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재정비 지구로 지정된 구역은 시흥,수색·증산,신길,북아현,이문·휘경,거여·마천,상계,장위,흑석,신림 등 3차 뉴타운 10개와 구의·자양,상봉,천호·성내 등 2차 균형발전촉진지구 3개 등 총 13곳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