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유통부문과 함께 유화부문의 대대적인 사업·인력 구조조정에 나섬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08년 대위기론'에 휩싸여있는 국내 유화업계가 이번 롯데의 유화부문 3사 조기 통합을 계기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사업·인력 통폐합론 점화

그동안 대규모로 설비를 증설해온 중동과 중국의 업체들이 2008년 후반부터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어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상실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국내 유화업계 CEO(최고경영자)들이 '석유화학 상생펀드' 조성 등을 주문하며 "(구조조정을 해야 할)결단의 시기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가 호남석유화학,롯데대산유화,케이피케미칼 3사의 조기 통합을 위해 사업·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대한 중복 조직을 없애고 저비용 구조를 실현해 다가올 '원가 싸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LG화학,삼성토탈,한화석유화학,삼성석유화학 등 주요 유화업체들은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LG화학은 사업구조 효율화 및 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삼성토탈,한화석유화학 등은 중동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석유화학 역시 대주주인 BP사와 결렬 이후 새로운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M&A전쟁도 대비해야"

문제는 이 같은 다양한 대책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유화업계의 자연스런 통폐합이 이뤄져야 2009년 이후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화업계 전문가들이 벌써부터 인수합병(M&A)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중동,중국 등의 국가와 정면 대결을 펼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업 고도화나 (M&A를 통한)생산규모 확대 등 혁신 작업에 나서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께면 본격적인 M&A 폭풍이 몰아쳐,국내외 유화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유화업체를 방문하기 위해 내한한 맥킨지&컴퍼니의 화학담당 전문가들은 간담회를 통해 "향후 M&A를 주도하게 될 글로벌 석유화학 메이저들이 현재 실탄으로 준비해두고 있는 자금 규모가 무려 1500억~2000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콕 맥킨지&컴퍼니 아시아 리더는 "한국 업체는 앞으로 중국,인도,베트남 등에 입지를 마련하고 저가 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국내외 M&A 경쟁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