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생각하는 최대 경쟁국은 역시 미국이다.

회원국 간 경제와 정치를 통합,유럽합중국으로 나아가려는 그들의 목표도 50개 주가 모여 세계 최강의 국가를 만든 미국을 벤치마킹했다.

19세기 팍스 브리태니카,20세기 팍스 아메리카에 이어 21세기에는 팍스 유로피나(Pax Europina: EU에 의한 평화)를 건설하겠다는 게 그들의 꿈이다.

때문에 EU는 매사 미국과 비교하며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왔다.

EU는 통합 50주년을 맞아 우선 외형적으로는 미국을 추월했다.

2004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10개국이 가입한 데 이어 금년 초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가세,27개 회원국의 인구는 4억9000만명으로 불어났다.

미국보다 2억명 정도 많다.

총 국내총생산(GDP)도 13조5억달러(IMF 추정)로 미국 GDP의 9% 정도를 웃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3분기 이후 서유럽국가를 중심으로 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핵심 12개국,슬로베니아 제외,영국은 미가입)의 경제성장률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며 EU 집행위 관계자들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EU는 통합의 시너지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모리스피에르 그에데르 집행위 회원확대 담당 이코노미스트)고 자평한다.

통계상으로 보면 유럽경제가 2004년 이후 지루한 저성장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게 사실이다.

EU 집행위의 분석에 따르면 25개 회원국(금년 초 가입한 루마니아 불가리아 제외)의 평균 GDP 성장률은 2005년 1.7%에서 지난해는 2.8%로 치솟았다.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가 10%대의 고성장을 유지하는 등 동유럽국가들의 평균 성장률이 5%를 웃돌고,유로존의 경제도 되살아나고 있어 올해도 2.7%의 성장은 무난할 전망이다.

실업률도 7%대로 떨어졌다.

외형적 수치만 보면 EU가 50주년 생일을 맞아 샴페인을 터뜨릴 만하다.

하지만 그속을 들여다보면 통합에 대한 회원국별 온도차가 여전하다.

EU통합을 이끌어온 서유럽 주체세력 내에서도 독일 경제가 지난해부터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섰을 뿐 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은 단일통화에 대한 적응에 실패해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영국은 여전히 단일화폐와 국경철폐에 부정적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동유럽의 가입으로 불과 3년여 만에 동서 간 미묘한 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통합 50주년에 대한 축제불꽃은 서유럽보다는 동유럽 쪽이 밝은 편이다.

동유럽 12개국은 일단 EU 시민이 됐다는 사실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폴란드 작가인 아담 미흐닉은 "폴란드는 서유럽의 스페인과 같다.

21년 전 스페인이 EU에 가입했을 때는 못살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폴란드는 동구의 스페인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유럽시민들도 동유럽국가의 근로자들이 서유럽으로 이동하면서 이른바 3D직이란 기피업종을 맡아주는 순기능은 인정한다.

반면 범죄 증가 등 사회적 불안이 야기되는 데다 동구권의 경제력을 서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입하는 엄청난 보조금에 대해서는 불만이 높다.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국민들의 반대로 EU 헌법을 비준하는 데 실패한 것도 불만층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유로존을 탈퇴해 자국 화폐를 평가절하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비대해진 EU를 다시 핵심과 주변으로 나누자는 분할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대다수 EU 시민들은 유럽통합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50주년을 즈음해 EU 내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봐도 절반 이상의 시민들이 통합의 효과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EU헌법 제정,부가가치세 통일,직장이동의 자유 등과 같은 풀어야 할 과제도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반드시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유럽통합에 항상 거부반응을 표명해온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도 유럽은 수많은 후퇴를 거듭하면서도 추가 통합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Go for more(더욱 전진)',EU는 유럽합중국 건설을 위해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