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퀴 코뮈노테(acquis communautaire).' 유럽의 복잡한 규제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프랑스 말이다.

유럽이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회원국이 시행하고 있는 각종 행정 규제를 취합한 것으로 10만페이지를 훨씬 넘는다는 게 EU 집행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럽이 규제 지옥이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단어다.

실제 5년 전만 해도 유로존 12개국의 창업에 걸리는 기간은 미국의 5배인 27일에 달했다.

회원국 확대와 세계화란 새로운 변화를 맞아 유럽이 지금 행정 규제와의 전쟁에 돌입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대표적 움직임이 행정 부담을 계량화해 축소하는 작업이다.

인건비와 사회보장 부담이 큰 네덜란드가 처음 SCM(standard cost model,표준비용 모델)을 도입해 창업 등록,환경 지침,정보 보고 의무에서부터 세무행정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를 위해 분과별 수장을 맡고 있는 행정부담자문위원회(ACTAL)도 설치했다.

로빈 린쇼턴 ACTAL 회장은 "규제 완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장과 각 분과위원장은 기업인 출신이 맡고 있다"며 "행정 부담을 25% 줄이면 1.5%의 경제성장과 1.7%의 고용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덜란드의 행정 부담 축소 작업이 일정 궤도에 올라서자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체코 슬로베니아 등이 앞다퉈 도입했으며,이 과정에서 벨기에의 경우 창업 절차가 과거 56일에서 3일로 단축됐다.

이제 행정 규제 축소 작업은 EU 차원의 과제로 부상했다.

EU 집행위는 과잉 규제가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앙드레이 루드카 집행위 시장평가 담당 국장은 "2012년까지 EU 회원국의 행정 부담을 25% 이상 축소하는 게 목표"라며 "최대 수혜자는 역시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