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바로보기] 올림픽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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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국가들에 대한 승리는 소비에트 체제의 생동감을 과시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전국 방방곡곡에 확산해 그 수준을 향상시키고,이것을 바탕으로 가까운 장래에 주요 스포츠 경기에서 소비에트 선수들이 세계 최강이 되게 하라."
1949년 소련 공산당 결의문의 내용이다. 그 이후 올림픽에서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보여준 성과는 대단했다. 이러한 동구권의 성과는 1990년대 들어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정권이 와해되고,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과 보상이 상당 부분 불가능해지면서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이들의 신화는 이미 1980년을 전후해 흔들렸음이 나타난다. 물론 1980년과 1984년의 올림픽은 각각 서구권과 동구권이 불참해 반쪽짜리로 치러졌고,따라서 엄밀한 분석은 어렵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30여년간 지속된 동구권의 우월한 성과가 체제가 와해되기 훨씬 전인 1980년 전후에 무너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볼 때 올림픽 메달은 선수라는 인적자원,훈련을 위해 필요한 자본 등이 결합되고,여기에 다른 여러 요소(예를 들어 기후,전략,홈 경기 여부,선수의 경기 당일 컨디션 등)가 더해져 생산되는 재화다. 인적 자원의 중요성은 폐활량이 크고 지방이 적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선수들이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자본은? 조금 오래된 통계지만,2000년 올림픽 당시 우리나라가 국가대표선수단의 훈련 및 파견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총 2600억원 정도였고 그 결과로 금메달 8개,은메달 10개,동메달 10개를 획득했다. 메달의 색을 구별하지 않는다면 메달 하나당 약 90억원을 지불한 셈이다.
호주의 경우 1980년 이후 약 20년간,올림픽에서 메달 한 개당 평균 64억원 정도를 지불했다고 한다(Hogan and Norton,2000). 메달 한 개를 획득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를 통한 국민들의 자긍심 함양,일체감 고양,국위 선양 등을 고려한다면 그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특히 소련 및 동유럽 국가들은 스포츠를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대리전으로 이해하고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을 전후한 시기에 이들의 성과가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로는 올림픽의 문호가 프로 선수들에게도 개방되기 시작한 것,약물 복용에 대해 까다로운 규제가 도입된 것 등이 있다. 또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의 모든 올림픽이 서구권에서 개최되어,서구권이 홈어드밴티지(home advantage)를 누린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동구권이 높아진 메달 획득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80년 전후 시기는 동구권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이르기 시작해,서구권과의 경제 수준 차이가 현저해지기 시작하는 때이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스포츠의 상업화가 꽃피기 시작해,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는 프로 진출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종전에는 동구권에서 '공훈선수'가 되어 정부의 보상을 받는 것에 비해 서구권의 운동선수에 대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약했으나 자본주의와 상업화의 발달은 서구권 운동 선수들에게 더 강한 메달 획득 유인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달을 향한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이는 동구권이 전과 같은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가 기우는 동구권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와 더불어 서구권의 소득 증가는 국민들이 메달이라는 불확실한 재화에 투자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할수록 위험한 투자에 대해 대담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의 적극적인 도입도 서구권이 메달 경쟁에서 앞서는 데 한몫했다. 과학과 기술의 도입은 체계적인 훈련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메달 획득의 가능성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했고,이에 따라 전략 종목과 선수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때 스포츠국가주의(sport nationalism)로 세계를 풍미했던 동구권의 우세가 무너진 것은 체제의 붕괴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었고,그 가장 중요한 이유로 '경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차문중 <KDI 선임연구위원>
1949년 소련 공산당 결의문의 내용이다. 그 이후 올림픽에서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보여준 성과는 대단했다. 이러한 동구권의 성과는 1990년대 들어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정권이 와해되고,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과 보상이 상당 부분 불가능해지면서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이들의 신화는 이미 1980년을 전후해 흔들렸음이 나타난다. 물론 1980년과 1984년의 올림픽은 각각 서구권과 동구권이 불참해 반쪽짜리로 치러졌고,따라서 엄밀한 분석은 어렵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30여년간 지속된 동구권의 우월한 성과가 체제가 와해되기 훨씬 전인 1980년 전후에 무너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볼 때 올림픽 메달은 선수라는 인적자원,훈련을 위해 필요한 자본 등이 결합되고,여기에 다른 여러 요소(예를 들어 기후,전략,홈 경기 여부,선수의 경기 당일 컨디션 등)가 더해져 생산되는 재화다. 인적 자원의 중요성은 폐활량이 크고 지방이 적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선수들이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자본은? 조금 오래된 통계지만,2000년 올림픽 당시 우리나라가 국가대표선수단의 훈련 및 파견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총 2600억원 정도였고 그 결과로 금메달 8개,은메달 10개,동메달 10개를 획득했다. 메달의 색을 구별하지 않는다면 메달 하나당 약 90억원을 지불한 셈이다.
호주의 경우 1980년 이후 약 20년간,올림픽에서 메달 한 개당 평균 64억원 정도를 지불했다고 한다(Hogan and Norton,2000). 메달 한 개를 획득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를 통한 국민들의 자긍심 함양,일체감 고양,국위 선양 등을 고려한다면 그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특히 소련 및 동유럽 국가들은 스포츠를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대리전으로 이해하고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을 전후한 시기에 이들의 성과가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로는 올림픽의 문호가 프로 선수들에게도 개방되기 시작한 것,약물 복용에 대해 까다로운 규제가 도입된 것 등이 있다. 또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의 모든 올림픽이 서구권에서 개최되어,서구권이 홈어드밴티지(home advantage)를 누린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동구권이 높아진 메달 획득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80년 전후 시기는 동구권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이르기 시작해,서구권과의 경제 수준 차이가 현저해지기 시작하는 때이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스포츠의 상업화가 꽃피기 시작해,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는 프로 진출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종전에는 동구권에서 '공훈선수'가 되어 정부의 보상을 받는 것에 비해 서구권의 운동선수에 대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약했으나 자본주의와 상업화의 발달은 서구권 운동 선수들에게 더 강한 메달 획득 유인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달을 향한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이는 동구권이 전과 같은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가 기우는 동구권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와 더불어 서구권의 소득 증가는 국민들이 메달이라는 불확실한 재화에 투자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할수록 위험한 투자에 대해 대담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의 적극적인 도입도 서구권이 메달 경쟁에서 앞서는 데 한몫했다. 과학과 기술의 도입은 체계적인 훈련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메달 획득의 가능성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했고,이에 따라 전략 종목과 선수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때 스포츠국가주의(sport nationalism)로 세계를 풍미했던 동구권의 우세가 무너진 것은 체제의 붕괴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었고,그 가장 중요한 이유로 '경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차문중 <KD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