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췌장암 환자 김모씨는 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받으며 여러 대형 병원에서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해 9월 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의 권유로 하이프나이프 치료를 받았다.

다음날부터 통증이 완화되고 잠도 잘 오고 입맛이 살아나 희망을 되찾게 되었다.

한성태 성모병원 진단방사선과 교수는 "췌장암은 통상 진단 후 6개월을 넘기기가 힘든데 이 환자는 재발 여부만 잘 관리하면 1년6개월을 더 살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간암 췌장암 골육종 등은 기존 수술이나 항암제 투여,방사선 치료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종류의 암이다.

이런 암은 치료를 시도조차 할 수 없거나 치료해 봐도 기대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막막한 경우 암 환자에게 대안치료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게 고주파로 암을 태워 제거하는 '하이프나이프' 치료다.

한 교수가 여의도 성모병원과 부평 성모자애병원에서 95명의 암환자를 하이프나이프로 치료한 결과 종양이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등 효과를 보인 비율은 원발성 간암 75.6%,전이성 간암 69.6%,췌장암 88.2%,골육종 89.0% 등이었다. 한 교수는 "하이프나이프는 초기 단계 종양환자에게는 근치(5년 이상 생존),말기 종양환자에게는 종양의 성장 억제 및 고통 완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하이프나이프는 마치 돋보기로 초점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과 같은 원리로,주파수가 0.83∼5㎒인 초음파를 응집시켜 만든 80도 안팎의 고열로 종양을 태워 없애는 기기다.

암 덩어리를 찾아 의사가 일일이 제거하기 때문에 종양 크기에 따라 3~7시간이 걸리고 치료비도 700만∼1200만원의 고가다.

하이프나이프는 직접 암을 없애기 때문에 암을 억제하는 데 그치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암이 될 우려가 있는 자궁근종의 경우 전체 또는 부분을 들어내지 않아도 되므로 여성의 생식 기능을 보전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프나이프는 폐암 위암 등 공기를 함유한 장기의 종양,신경이 인접한 뇌종양과 척추종양은 치료가 불가능한 한계를 안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