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대표되는 위험한 주택담보대출 제도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주택 가격 하락과 신용경색 그리고 경기 침체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24일자)에서 모든 사람의 관심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만 집중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글로벌 주택시장이 동반 호황을 보인 만큼 모기지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소위 '자가증명모기지(self-certification mortgage)'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는 모기지 업체로부터 돈을 빌리는 사람이 자신의 소득이나 신용에 대한 증빙 없이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영국의 신규 모기지 대출 중 약 8%가 이런 형태로 이뤄진다.
영국에서는 또 대출 초기에는 이자만 갚는 모기지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최근 동유럽으로부터 밀려들고 있는 신용도가 낮은 젊은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만약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면 경제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집값이 250%나 오른 아일랜드의 경우 주택 건축은 국내총생산(GDP)의 15%,고용의 12%를 각각 차지할 정도다.
아일랜드에서는 특히 모기지로 집을 산 뒤 세를 놓아 집세로 원리금을 갚는 방식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 최근 집값이 올라도 집세는 오르지 않아 원리금 상환을 견디지 못해 집을 파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시아도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있으나 이 중 상당수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시중은행의 모기지 대출 중 약 30%가 불법 대출"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로 각국의 집값이 크게 오른 만큼 이로 인한 부작용도 미국뿐 아니라 각국에서 함께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문제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서브프라임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모기지 부실→신용경색→소비 부진→경기 침체'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미국 주택시장이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서브프라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손더스는 "위험한 주택대출은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주택시장에는 이런 위험이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