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를 '사회주의 경제재건의 해'로 정했다.

그 첫 단추가 비단도의 금융센터 및 경제특구 건설로 나타났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실현성이 매우 높다는 평이다.

핵문제,금융제재 등 북한을 압박하던 문제들이 해결국면을 맞고 있는 데다 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북한이 개방을 미룰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남포 등을 또 다른 경제특구로 지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번번이 실패한 개혁개방의 고삐를 다시 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비단도 프로젝트

최진수 주베이징 북한 대사는 올초 중국 톈진 빈하이특구를 시찰했다.

톈진 빈하이특구는 중국이 동북지역의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고 있는 곳이다.

최 대사는 이때 해외 자본의 유치 방법과 결제 시스템 및 외국인 거주 환경 등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도 금융센터 개발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북한이 비단도를 금융센터를 겸한 경제특구로 만들기로 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북한의 기존 금융시스템으로는 경제특구를 지어도 외환 거래 등이 자유롭지 못할 게 뻔하다.

금융센터를 동시에 건설키로 한 것은 보다 편리하고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갖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나아가 한국과 중국의 자본을 이용한 금융산업기지로 발전시킨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특구로 안정적인 사업환경을 조성,신뢰를 획득한 뒤 본격적인 금융산업기지로 육성한다는 2단계 프로젝트인 셈이다.

◆개혁개방 확대하나

어느 때보다 여건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우선 북핵문제가 우여곡절을 겪고 있긴 하지만 풀려가는 중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올해 북·미 간의 수교 가능성은 70% 이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미 관계 개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경제문제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사실 현재 갖고 있는 4개의 경제특구는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특구는 별개로 치더라도 나진·선봉과 신의주특구는 사실상 실패했다.

나진·선봉특구는 1997년 경제특구로 지정됐으나 홍콩 등지에서 9억달러의 투자 계약을 맺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을 뿐이다.

신의주개발특구는 만들어지자마자 초대 행정장관인 양빈이 중국 당국에 구금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따라서 새로운 특구 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단도 이후에 남포 등지가 거론된다.

◆중국과 교감 있었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작년 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개방정책을 취할 것을 강하게 권유했다.

북한의 안정이 곧 중국의 안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등을 의식해 내놓고는 못 하지만 이미 북한과의 국경선 인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비단도에 인접한 지역만 해도 총면적 97㎢(약 2935만평)에 달하는 '랴오닝단둥린장산업원구'를 조성키로 했다.

제2의 압록강 철교를 놓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에 부족한 인프라를 측면 지원해 개방을 돕는 한편 중국도 북한의 개방에 따른 과실을 함께 챙기겠다는 뜻이다.

비단도 개발 역시 북·중 간에 충분한 교감이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