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그 대사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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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로 알뜰살뜰 살림해 먹고 살 만해졌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남편한테 딴 여자가 생겼단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데 남편은 미안해하기는커녕 "네가 얼마나 못나고 답답했으면"하고 큰소리친다. 뻔뻔하기는 상대방 여자도 매한가지. 결국 둘 중 한 사람 얼굴에 물(술) 한 잔 끼얹고 돌아선다.
문제는 자식이다. 전 같으면 아이도 나 몰라라 하던 남편들이 요즘엔 아이는 자기가 키우겠다고 우긴다. 당장 먹고 살 궁리해야지,아이 안 뺏겨야지 정신없는데 이건 또 무슨 일. 막강 재력에 사회적 지위까지 갖춘 '멋진남'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타나 "이혼했으면 어떠냐, 자식도 잘 키우겠다"며 목을 맨다.
남자쪽 집안에선 난리가 나고 연적의 훼방은 무섭지만 당사자의 결심이 확고하다는데야 도리 없다. 여자는 홀로 서겠다며 식당을 차리거나 취업하지만 잠시잠깐,재혼과 함께 거의 안방으로 돌아간다. 공중파TV 아침드라마의 공식이다. '부잣집 남자가 가난한(불행한) 여자 구하기'라는 틀은 저녁 연속극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여주인공이 미혼(미혼모)이라는 정도가 다를까. 저녁엔 또 툭하면 출생의 비밀로 인해 가난하던 주인공이 부자가 되거나 자매(형제)가 한 남자(여자)를 두고 경쟁한다. 내용과 전개,심지어 세부 묘사까지 하도 비슷해 첫 회만 보면 결말을 짐작하고 몇 번만 시청하면 다음 대사까지 꿰찬다는 마당이다.
드라마 작가들이 한국 드라마의 뻔한 설정으로 '옥탑방,아줌마 성공기,상대방 얼굴에 물 끼얹기,불법 유턴' 등을 꼽았다고 한다. 드라마의 속성상 때로 자극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제작비와 시간의 한계,시청률이란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일도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을 곁들인 신데렐라 드라마를 만들면 실패는 안한다'는 식의 옛틀에 매여 '뻔한 장면 뻔한 대사'의 드라마를 양산해서는 해외의 한류(韓流) 붐을 이어가는 건 고사하고 국내 시청자의 눈길조차 붙들기 힘들다. 한국 드라마의 위기는 미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 열풍으로 이미 드러나고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문제는 자식이다. 전 같으면 아이도 나 몰라라 하던 남편들이 요즘엔 아이는 자기가 키우겠다고 우긴다. 당장 먹고 살 궁리해야지,아이 안 뺏겨야지 정신없는데 이건 또 무슨 일. 막강 재력에 사회적 지위까지 갖춘 '멋진남'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타나 "이혼했으면 어떠냐, 자식도 잘 키우겠다"며 목을 맨다.
남자쪽 집안에선 난리가 나고 연적의 훼방은 무섭지만 당사자의 결심이 확고하다는데야 도리 없다. 여자는 홀로 서겠다며 식당을 차리거나 취업하지만 잠시잠깐,재혼과 함께 거의 안방으로 돌아간다. 공중파TV 아침드라마의 공식이다. '부잣집 남자가 가난한(불행한) 여자 구하기'라는 틀은 저녁 연속극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여주인공이 미혼(미혼모)이라는 정도가 다를까. 저녁엔 또 툭하면 출생의 비밀로 인해 가난하던 주인공이 부자가 되거나 자매(형제)가 한 남자(여자)를 두고 경쟁한다. 내용과 전개,심지어 세부 묘사까지 하도 비슷해 첫 회만 보면 결말을 짐작하고 몇 번만 시청하면 다음 대사까지 꿰찬다는 마당이다.
드라마 작가들이 한국 드라마의 뻔한 설정으로 '옥탑방,아줌마 성공기,상대방 얼굴에 물 끼얹기,불법 유턴' 등을 꼽았다고 한다. 드라마의 속성상 때로 자극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제작비와 시간의 한계,시청률이란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일도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을 곁들인 신데렐라 드라마를 만들면 실패는 안한다'는 식의 옛틀에 매여 '뻔한 장면 뻔한 대사'의 드라마를 양산해서는 해외의 한류(韓流) 붐을 이어가는 건 고사하고 국내 시청자의 눈길조차 붙들기 힘들다. 한국 드라마의 위기는 미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 열풍으로 이미 드러나고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