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색 기자회견이 열린다. 주인공은 폴 오텔리니 인텔 CEO.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국가적 행사가 벌어지는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것일까. 외신은 그가 25억달러 규모의 중국공장 건설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텔은 비(非)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첨단으로 꼽히는 90나노기술 웨이퍼가공(fab) 공장을 다롄(大連)에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텔이 미국 행정부와 의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술유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가려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세계 제2위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경쟁자보다 먼저 진입,안방을 차지하자는 속셈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가 오텔리니 회견을 주시하는 이유다.

인텔의 중국 진출을 바라보는 하이닉스 우시(無錫) 공장의 K차장은 착잡하다. 2004년 8월 중국진출 때 국내에서 제기된 기술유출 논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반대론자들은 기술 부메랑을 언급하며 중국 진출을 막으려 했다"며 "첩보전을 방불케 할 만큼 치밀한 작전 끝에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이닉스의 중국 진출 약 3년 반. 우시공장은 가동 3개월 만인 작년 12월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시장의 안방을 독차지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아랫목에 발은 들여놨다"는 게 K차장의 설명이다. '우리가 아니면 다른 나라 업체가 먼저 진출,시장을 선점할 것이다''중국내수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에 공장을 세워야 한다'는 등의 논리가 들어맞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의 사례에서 보듯,중국의 제조업 환경이 아무리 악화되더라도 '시장진출을 위한 중국투자'는 계속돼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는 이제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일부 산업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술유출 논란은 내부 기술인력 단속,핵심기술 공정 국내 잔류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기술유출을 걱정해 머뭇거리다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게 인텔의 중국공장 건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이다.

한우덕 국제부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