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경제가 심심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단기 악재가 거의 다 노출돼서 그런지 세계증시에서는 그동안 거론돼 왔던 중장기 최대 악재인 '2010년 이후 세계경제 대공황과 증시 장기침체설'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처음 이 주장을 들고 나온 사람이 버블론의 저자로 유명한 해리 S 덴트다.

인구 통계학적인 관점에서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가 2010년 이후 은퇴하기 시작하면 다시 출생률이 높아진 197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에코 붐 세대가 핵심소비 계층으로 편입되는 2020년대 초까지는 세계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가가 경기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앞서간다면 2009년은 장기 포트폴리오와 자산분배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중요한 해다.

2010년 이후 세계경제의 대공황을 앞두고 증시가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2009년에는 그때까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 수익을 거둬들이고 국채나 우량 회사채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주장은 갈수록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후발개도국보다 미국의 위상을 너무 높이 본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와튼스쿨 교수인 제라밀 시겔 등은 2010년 이후에도 중국,인도 등에 의해 세계경기가 지탱해 나갈 수 있다는 글로벌 해법(global solutions)을 제시해 반박해 왔다.

간단한 생산함수(Y=f(K,L,A),K=자본,L=노동,A=기술 등 다른 성장요인,f( )는 함수형태)를 통해 두 사람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은지를 알아보자.21세기 뉴밀레니엄 시대에 들어 세계 경제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경제권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권,그리고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권 간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과 미주경제권 간에는 북대서양 자유무역지대(TAFTA)로,아시아와 유럽경제권 간에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로,아시아와 미주경제권 간에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체(APEC)로 연결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제통화 질서도 달러화와 유로화,아시아 단일통화를 축으로 하는 3극 통화체제가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를 하나의 화폐로 통용시키자는 세계단일통화 도입 논의가 일고 있어 주목된다.

라틴어로 '지구'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테라(Terra)와 달러화의 사용 범위를 넓히는 달러라이제이션,유로화 도입을 모델로 한 글로벌 유로화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생산함수의 적용대상이 전 세계로 확대될 경우 종전처럼 특정국이 갖고 있는 인구 수와 인구 구성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세계가 하나의 국가로 진전되는 시대에 있어서는 선진국의 자본과 개도국의 인구를 잘 보완할 경우 세계 경제는 추가 성장이 가능하고 그만큼 증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다행히 부시 행정부도 유능한 외국인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민법을 완화할 태세다.

따라서 '2010년 이후 세계경제 대공황과 증시 장기침체설'을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