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로 출범 6개월을 맞는다.

취임 직후 한국, 중국을 잇따라 방문, 아시아 외교를 재수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순항했지만 그 이후 각료의 정치자금 문제와 실언 등 잇단 악재로 지지율 하락이라는 벽에 부딪혀야 했다.

더욱이 그는 올 들어서는 내달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겨냥, "군대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증거가 없다"며 역사 문제를 건드렸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그 뿐 아니라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 측으로부터도 일제히 비난을 받는 등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지난 9월 아베 총리의 집권 초반은 화려했다.

취임 후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와 오키나와(沖繩)현 지사선거에서 잇따라 완승하면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미군기지가 밀집한 오키나와 지사선거전의 승리는 어려움이 예상됐던 '주일미군 재배치' 문제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기반이 됐고 이는 일본의 외교전략의 기둥인 미.일 동맹을 견고히 하는데 도움을 줬다.

자신감을 얻은 아베 총리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법안은 학교 현장에서 애국심 교육을 장려하며 집단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진보 언론과 지식인들은 과거 침략전쟁 이전의 국수주의적이고 호전적인 교육이 되살아날 것을 우려하며 반대했지만 취임 초반 아베 정권의 기세를 막지는 못했다.

아베 정권은 또 강한 일본을 만든다는 방침 아래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켰다.

또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부수임무에서 국가 방어와 같은 비중의 본래 임무로 끌어 올리는 등 거침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초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지지율 하락이라는 시련에 직면하게 됐다.

각료들의 정치자금 문제와 실언, 지역.계층 간 격차, 우정민영화 반대로 쫓겨난 '탈당파' 의원의 복당 등으로 인한 결과였다.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후생노동상은 여성을 '애 낳는 기계'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으며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방위청장관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해 미일동맹을 중시해 온 아베 총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마쓰오카 도시가쓰(松罔利勝) 농림수산상의 정치자금 관리단체는 2005년 수도광열비를 507만엔으로 계상하는 등 의심스런 회계처리로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을 더욱 들끓게 했다.

여기에 아베 총리는 지난해 우정반란 의원의 복당으로 여론의 반발에 직면한 경험이 있었으면서도 에토 세이이치(衛騰晟一) 전 중의원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는 무리수를 뒀다.

아베 총리와 친분이 두터운 에토 전 의원의 복당 결정은 아베 내각의 지지율에 더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지난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통해 지지율 제고라는 '효과'를 봤던 아베 총리는 역사 문제를 건드리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는 과거 일본군의 군대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했다.

국제사회의 반발을 의식한 듯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河野)담화는 계승하되 이른바 '협의(狹義)의 강제성'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애매한 논리를 전개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등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했다.

이들 모두 일종의 국면타개용의 성격을 가진 전략이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국제사회의 반발 등 역풍만 불러왔다.

미국 하원에 제출된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 비난 결의안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과거 입장으로부터 후퇴하려는 것은 주요 민주국가 지도자로서의 수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 17, 18일 이틀간 실시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출범 6개월 된 아베 총리 내각의 실적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

내각 지지율도 43.8%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43%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45%) 보다 낮았다.

취임 후 최악의 상황이다.

아베 총리로서는 이제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석달 가량 남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또 한차례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태로 양대 선거를 치를 경우 현상 유지도 어렵게 될 것이고 그 경우 당내에서 아베 총리를 겨냥한 책임론이 비등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총리직을 내놔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지난 23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에너지가 많이 드는 것이 이륙하는 것이다.

어떻든 이륙하는 것은 가능했다.

차츰 순항 속도로 옮겨서 다음엔 음속의 벽을 뚫겠다는 마음으로 해나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문제는 아베 총리가 북한 카드나 헌법개정, 교육개혁 등 그동안 사용 가능한 카드는 거의 다 꺼낸 상황이어서 지지율 반전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도 아베 총리로서는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지만 마땅한 카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앞날이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베 총리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