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공무원' 퇴출‥중앙정부 고위직까지 옮겨붙나
서울 울산 등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무능 공무원 퇴출' 움직임이 중앙 정부로 옮겨붙고 있다.

특히 중앙 정부는 종전 1~3급으로 구성된 고위 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을 중심으로 퇴출제 가동에 나서고 있어 지방의 하위직에서 시작된 퇴출제가 중앙 고위직으로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국가공무원 인사를 총괄하는 중앙인사위원회는 25일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에 대한 엄격한 심사·평가를 위해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성과평가 관대화 지수'를 개발,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과평가 관대화 지수'란 부처별로 고위 공무원 업무 성과를 평가할 때 어느 정도로 후한 점수를 줬는지 보여주는 지표를 말한다.

인사위는 고위 공무원을 '탁월-우수-보통-미흡-불량' 등 5단계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으나 각 부처가 절대 평가인 점을 악용,대부분 탁월 및 우수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나치게 관대한 점수를 준 부처에 대해서는 기관 평가 때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인사위는 이를 위해 부처별로 소속 공무원에 대한 △'탁월'·'우수' 비율 △연공서열과 평점 관련성 △'미흡'·'불량' 비율 등의 조건을 평가해 점수로 환산한 뒤 이를 토대로 '성과평가 관대화 지수'를 새로 작성,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인사위가 사실상 고위 공무원이라도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경우엔 미흡·불량 평가를 내려 퇴출을 유도하라는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위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단 규정에 연간 업무 평가 때 '미흡'·'불량'을 2회 연속,또는 재직 중 총 3회 받으면 '직권면직'하도록 정해져 있다"며 "장기적으로 업무성과 평가를 통한 고위 공무원 퇴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관대화 지수 제도 도입은 기존 퇴출 제도가 유명무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위 공무원단 시행 첫 해인 지난해 업무 성과를 올 들어 평가하면서 각 부처들이 '미흡'과 '불량'은 거의 없이 90% 이상을 '탁월'과 '우수'에 집중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위는 각 부처별 고위 공무원단 성과평가 결과를 다음 달 초 취합한 뒤 이를 토대로 관대화 지수를 개발,올해 하반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인사위 김동극 성과후생국장은 "관대화 지수 공개는 부처별로 고위 공무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경쟁을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고위 공무원의 정책 생산성 향상이 첫 번째 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중앙·지방정부 조직을 전담하고 있는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도 중앙공무원 퇴출제 도입에 대한 발언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울산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울산 서울 등에서 일고 있는 인사 쇄신(퇴출제)을 행자부 조직과 인사에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장관은 16일 인천시청을 찾아 "지자체들이 추진 중인 공무원 퇴출 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19일엔 행자부 확대간부회의에서 "퇴출제가 추세라면 행자부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며 "행자부 내부 인사 기준이나 인사 운영 방향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