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이 사라졌어요‥전자칠판으로 속속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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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세계지도도 척척 불러내
수업내용은 학생에게 파일로 전송
칠판 아래 소복하게 쌓인 하얀 분필가루, 칠판 한가득 판서하느라 고생하던 당번의 모습, 이리저리 날리는 분필가루를 덜 먹으려 창문 밖으로 팔을 길게 뺀 채 털던 칠판 지우개.
학창시절의 기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청색 칠판도 추억 뒤켠으로 사라질 날이 멀지않았다.
화면 가득 인터넷 브라우저가 뜨고 미리 저장해 놓았던 문서를 불러오고 전자펜으로 판서하는 전자 칠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천의 부평서초등학교(교장 김성수) 3층 컴퓨터 교실.빠끔히 열린 문을 밀고 들어가니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컴퓨터 실습이 한창이다.
40석을 가득 메운 초등학생들이 여간 부산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전자펜으로 전자칠판 위에 글씨를 쓰거나 빨간색 선을 그을 때마다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와, 마술이다!"
"나도 한번만 그어볼래요."
쉬는 시간에 너도나도 한번 '그어' 보겠다며 달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한동안 식은 땀을 흘렸다는 이혜경 특기적성 강사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짧은 집중력도 전자칠판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며 "전자펜으로 칠판에 글씨를 쓰는 동안 아이들의 눈이 칠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싱글벙글이다.
이 학교가 전자칠판을 도입한 것은 지난해 11월.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정보진흥협회와 학교·민간업체가 함께 하는 '방과 후 컴퓨터 교실' 프로그램에 의해서다.
'방과 후 컴퓨터 교실'은 유일하게 민간업체가 학교에 들어와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골자는 웅진, 대교, 에듀박스 등 교육서비스업체와 전자칠판·PC 제조업체가 학교 안에 컴퓨터 학습실을 마련하고 정액의 교육비를 받아 학생들의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다.
학교는 장소를 빌려주고 민간업체는 기자재 설치 및 교육 전 과정을 책임진다.
계약 기간은 3년, 교육비는 1인당 월 3만원 이하로 한정돼 있다.
부평서초등학교의 경우 교육서비스업체 '에듀박스(대표 박춘구)'가 '빛과함께(대표 서충환)'의 전자칠판 제품과 40여대의 데스크톱 PC, 책상 등을 일괄 구매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컴퓨터를 가르치는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 학교 컴퓨터 교실에서는 단연 전자칠판이 주인이다.
전자칠판은 선생님의 데스크톱 PC에 연결된 커다란 모니터다.
인터넷 연결, 문서 작업 및 저장, 저장된 문서 불러오기,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 하기 등 일반 PC에서 하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일반 모니터와 다른 점은 전자펜을 이용해 판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생님은 81인치의 대형 스크린을 전자펜으로 톡톡 건드려 저장돼 있던 데이터를 불러오고, 그 위에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펜의 색이나 굵기는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청색칠판을 원한다면 청색칠판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파란색 칠판 위에 하얗게 그어지는 분필 자국이 진짜 청색칠판 못지 않다.
원고지, 오선지, 방안지, 모눈종이, 한국지도, 세계지도 등도 같은 방식으로 불러올 수 있다.
문서의 일부를 확대하려면 전자펜으로 확대하려는 부분을 표시한 후 '확대' 기능을 선택하면 된다.
칠판 한켠에 작은 동영상 창을 띄워 놓고 동영상을 보면서 강의할 수도 있다.
이혜경 강사는 "전자칠판 덕에 필기 시간이 단축되고, 미리 준비한 교안과 참고자료, 데이터 등을 이용해 강의하므로 강의의 절대량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말로 설명하던 방식에서 사진, 동영상, 도면 등 이용할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해져 강의 내용이 한층 알차졌다는 것.학생들은 시각과 청각을 통해 각종 자료를 비교 분석하고 수강하므로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재미있는 기능이 또 있다.
전자칠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학습 과정을 고스란히 동영상 파일로 저장하는 기능이다.
마이크를 연결한 후 녹음을 하면서 강의를 하면, 강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칠판 위에 판서한 내용이 음성과 함께 시간 순서대로 저장된다.
이 강사는 "강의 파일을 받아가 복습도 하고 강의를 빼먹고도 강의의 모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자칠판은 판서가 가능하고 화면이 또렷하다는 점에서 기존 프로젝터 방식보다 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혜경 강사는 "프로젝터는 스크린 위에 글씨를 쓸 수 없어 판서를 하려면 스크린을 위로 끌어올리거나 옆에 별도로 마련된 화이트 보드를 이용하곤 했다"며 전자칠판이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시켜 줬다고 말했다.
밝은 곳에서도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영상자료를 시청할 때 커튼을 치고 불을 꺼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게 됐다.
강사의 그림자 때문에 스크린 일부가 가려지는 불편함도 없어졌다.
프로젝터가 스크린 앞에서 영상을 쏘아주는 반면 전자칠판은 스크린 뒤에서 영상을 쏘아 주는 리어스크린(Rear-Screen)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자칠판과 학생들의 PC를 연결시켜 놓으면, 특정 PC의 화면을 전자칠판으로 고스란히 옮겨 놓을 수도 있다.
이처럼 편리한 전자칠판에도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한 대에 1000만~2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때문에 전자칠판을 도입한 학교는 주로 부평서초등학교처럼 '방과 후 컴퓨터 교실'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에듀박스에 따르면 서울 60여개 학교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400여개 학교가 에듀박스의 '방과 후 컴퓨터 교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교육 서비스 업체는 3만원 미만의 가격에 주 2회 1시간 씩 교육을 실시, 2~3년 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부평서초등학교 컴퓨터 교실 수강생은 약 300명.전교생이 1200명인 이 학교에서는 전체 학생 중 25%가 시설물을 이용하는 셈이다.
이 학교는 또 '정보와생활'이라는 교과 과정을 개설해 1~6학년 38개 학급 모두 주당 1시간씩 컴퓨터 교실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시설물 활용도를 100%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김홍민 빛과함께 영업부 대리는 "전자칠판과 태블릿PC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하게 될 교실의 모습도 머지않은 미래에 시현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
수업내용은 학생에게 파일로 전송
칠판 아래 소복하게 쌓인 하얀 분필가루, 칠판 한가득 판서하느라 고생하던 당번의 모습, 이리저리 날리는 분필가루를 덜 먹으려 창문 밖으로 팔을 길게 뺀 채 털던 칠판 지우개.
학창시절의 기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청색 칠판도 추억 뒤켠으로 사라질 날이 멀지않았다.
화면 가득 인터넷 브라우저가 뜨고 미리 저장해 놓았던 문서를 불러오고 전자펜으로 판서하는 전자 칠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천의 부평서초등학교(교장 김성수) 3층 컴퓨터 교실.빠끔히 열린 문을 밀고 들어가니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컴퓨터 실습이 한창이다.
40석을 가득 메운 초등학생들이 여간 부산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전자펜으로 전자칠판 위에 글씨를 쓰거나 빨간색 선을 그을 때마다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와, 마술이다!"
"나도 한번만 그어볼래요."
쉬는 시간에 너도나도 한번 '그어' 보겠다며 달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한동안 식은 땀을 흘렸다는 이혜경 특기적성 강사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짧은 집중력도 전자칠판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며 "전자펜으로 칠판에 글씨를 쓰는 동안 아이들의 눈이 칠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싱글벙글이다.
이 학교가 전자칠판을 도입한 것은 지난해 11월.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정보진흥협회와 학교·민간업체가 함께 하는 '방과 후 컴퓨터 교실' 프로그램에 의해서다.
'방과 후 컴퓨터 교실'은 유일하게 민간업체가 학교에 들어와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골자는 웅진, 대교, 에듀박스 등 교육서비스업체와 전자칠판·PC 제조업체가 학교 안에 컴퓨터 학습실을 마련하고 정액의 교육비를 받아 학생들의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다.
학교는 장소를 빌려주고 민간업체는 기자재 설치 및 교육 전 과정을 책임진다.
계약 기간은 3년, 교육비는 1인당 월 3만원 이하로 한정돼 있다.
부평서초등학교의 경우 교육서비스업체 '에듀박스(대표 박춘구)'가 '빛과함께(대표 서충환)'의 전자칠판 제품과 40여대의 데스크톱 PC, 책상 등을 일괄 구매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컴퓨터를 가르치는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 학교 컴퓨터 교실에서는 단연 전자칠판이 주인이다.
전자칠판은 선생님의 데스크톱 PC에 연결된 커다란 모니터다.
인터넷 연결, 문서 작업 및 저장, 저장된 문서 불러오기,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 하기 등 일반 PC에서 하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일반 모니터와 다른 점은 전자펜을 이용해 판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생님은 81인치의 대형 스크린을 전자펜으로 톡톡 건드려 저장돼 있던 데이터를 불러오고, 그 위에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펜의 색이나 굵기는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청색칠판을 원한다면 청색칠판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파란색 칠판 위에 하얗게 그어지는 분필 자국이 진짜 청색칠판 못지 않다.
원고지, 오선지, 방안지, 모눈종이, 한국지도, 세계지도 등도 같은 방식으로 불러올 수 있다.
문서의 일부를 확대하려면 전자펜으로 확대하려는 부분을 표시한 후 '확대' 기능을 선택하면 된다.
칠판 한켠에 작은 동영상 창을 띄워 놓고 동영상을 보면서 강의할 수도 있다.
이혜경 강사는 "전자칠판 덕에 필기 시간이 단축되고, 미리 준비한 교안과 참고자료, 데이터 등을 이용해 강의하므로 강의의 절대량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말로 설명하던 방식에서 사진, 동영상, 도면 등 이용할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해져 강의 내용이 한층 알차졌다는 것.학생들은 시각과 청각을 통해 각종 자료를 비교 분석하고 수강하므로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재미있는 기능이 또 있다.
전자칠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학습 과정을 고스란히 동영상 파일로 저장하는 기능이다.
마이크를 연결한 후 녹음을 하면서 강의를 하면, 강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칠판 위에 판서한 내용이 음성과 함께 시간 순서대로 저장된다.
이 강사는 "강의 파일을 받아가 복습도 하고 강의를 빼먹고도 강의의 모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자칠판은 판서가 가능하고 화면이 또렷하다는 점에서 기존 프로젝터 방식보다 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혜경 강사는 "프로젝터는 스크린 위에 글씨를 쓸 수 없어 판서를 하려면 스크린을 위로 끌어올리거나 옆에 별도로 마련된 화이트 보드를 이용하곤 했다"며 전자칠판이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시켜 줬다고 말했다.
밝은 곳에서도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영상자료를 시청할 때 커튼을 치고 불을 꺼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게 됐다.
강사의 그림자 때문에 스크린 일부가 가려지는 불편함도 없어졌다.
프로젝터가 스크린 앞에서 영상을 쏘아주는 반면 전자칠판은 스크린 뒤에서 영상을 쏘아 주는 리어스크린(Rear-Screen)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자칠판과 학생들의 PC를 연결시켜 놓으면, 특정 PC의 화면을 전자칠판으로 고스란히 옮겨 놓을 수도 있다.
이처럼 편리한 전자칠판에도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한 대에 1000만~2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때문에 전자칠판을 도입한 학교는 주로 부평서초등학교처럼 '방과 후 컴퓨터 교실'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에듀박스에 따르면 서울 60여개 학교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400여개 학교가 에듀박스의 '방과 후 컴퓨터 교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교육 서비스 업체는 3만원 미만의 가격에 주 2회 1시간 씩 교육을 실시, 2~3년 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부평서초등학교 컴퓨터 교실 수강생은 약 300명.전교생이 1200명인 이 학교에서는 전체 학생 중 25%가 시설물을 이용하는 셈이다.
이 학교는 또 '정보와생활'이라는 교과 과정을 개설해 1~6학년 38개 학급 모두 주당 1시간씩 컴퓨터 교실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시설물 활용도를 100%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김홍민 빛과함께 영업부 대리는 "전자칠판과 태블릿PC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하게 될 교실의 모습도 머지않은 미래에 시현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