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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種이 강하다" 사고 혁신이 초일류 비결

과감한 도전으로 비약…'마쓰시타' 사례 대표적

"바람이 강하게 불 때야말로 연을 날리기에 가장 좋은 때다"

불황에 빠졌던 시기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가 나쁠 때야말로 개발과 혁신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꼬마 점원에서 시작해 경영의 신(神)이 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몸으로 세상을 배운 사람이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으로 학업을 끝내야 했던 마쓰시타에게 세상은 곧 스승이었다.

그가 남긴 경영철학은 그가 몸으로 부딪쳐 배운 것이기 때문에 후대에 와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세상의 쓴 맛을 일찍 맛볼 수 있었고, 몸이 약했기 때문에 남에게 일을 부탁하는 법을 배웠고, 학력이 모자랐기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에게서 배움을 구하는 법을 알았다"는 마쓰시타의 어록은 자기계발은 물론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쓰시타는 개발과 혁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말라. 현재 상황을 제로로 놓고 생각하라"

1960년대 초, 마쓰시타의 한 사업부는 도요타자동차에 카 라디오를 납품하고 있었다.

어느 날 도요타는 가격을 즉시 5% 인하하고, 반 년 후 다시 15%를 인하해 모두 20%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무역 자유화에 직면해 해외 자동차메이커와 맞서려면 가격을 더 인하해야 하니 협조해달라는 취지였다.

사업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익이 3%밖에 나지 않는데 가격을 20%나 인하한다면 적자를 볼 것이 뻔했다.

그러나 마쓰시타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요타의 가격인하 요구는 지나치지만 일본 자동차산업의 장래를 생각하면 도요타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품은 없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카 라디오를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는 발상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 회사도 쓰러지고 도요타도 몰락한다.

그리고 일본 자동차산업 자체도 쓰러진다"

그 결과 놀랍게도 1년 뒤에는 20%의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10%의 이익을 낼 수 있는 카 라디오가 탄생됐다.

개발과 혁신을 할 때에는 현재의 상황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현실을 일단 부정한 상태, 즉 '제로'에서 시작한다는 발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는 예화다.

마쓰시타처럼 과감한 도전을 통해서만 비로소 거대한 비약을 이룰 수 있는 것이 경영의 율법이다.

이 사건은 기술 혁신에서 '사고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혁신, 즉 이노베이션을 최초로 이론화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인 슘페터다.

그는 경제 성장은 생산 요소의 신 결합(New Combination)인 이노베이션에서 나온다고 했다.

피터 드러커는 이 같은 이론을 경영학에 도입해 리스크를 빨리 인식한 기업인이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만족을 창조하는 것을 이노베이션으로 봤다.

이 이론은 △가치 혁신 △고객 감동 △지식 창조 등 다양한 경영혁신 기법을 만들어내게 했다.

그러나 1982년 사회학자 로저스는 기술혁신 그 자체만으로는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론을 내놨다.

혁신이란 사회에 보급돼야만 진짜 혁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노베이션만큼이나 보급 과정(Diffusion Process)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의 혁신성을 평가할 때는 기술혁신 점수 이외에 그 기술을 어떻게 상품화하고 보급할 수 있는 '발상의 지혜'를 가지고 있는지도 평가의 잣대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마쓰시타가 20세기 초에 시작한 회사를 1989년 사망할 때까지 평생 끌고 올 수 있었던 힘은 그의 경영원칙에서 나왔다.

그가 성공적인 경영자가 된 건 화려한 경영술 때문이 아니라 세상의 요구를 미리 알고 끊임없이 발상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마쓰시타 철학에 술수는 없다.

바로 그 점이 꼬마 점원을 경영의 신으로 만든 동력이 아니었을까.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