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세계의 거부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946명이나 있다.

포브스 억만장자 목록을 살펴보면 56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에서부터 10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미국 아칸소주의 '치킨왕' 도널드 타이슨까지 쟁쟁한 인물들이 나열돼 있다.

이들의 재산은 보통사람이 생각할 때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오라클의 창업자이자 세계 11번째 부자인 래리 엘리슨의 경우 더 이상 재산이 증가하지 않으려면 한 시간에 18만3000달러,한 주로 따지면 3000만달러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이 그렇게 막대한 재산을 쌓으며 매년 자산을 증식해 나가는 이들 억만장자의 의지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목록에 오른 거부들은 대부분 현재도 자신의 재산을 계속 쌓아나가고 있다.

사실 억만장자들은 재산 증식에 대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돈 자체가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이 돈을 벌게 만든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선진국에서 부를 쌓는 것은 사회적 무기 경쟁과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계 거부들의 소유욕에 대한 이러한 설명들은 사회적 비평가나 세금 징수자에게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다음의 몇몇 사실들을 살펴보자.한 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0%가 그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들의 절반 이상은 자신의 삶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답한다.

행복과 성공의 인식은 매우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수입 교육수준 나이 성별 인종 종교 등의 차이를 넘어서 자신의 삶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행복감을 갖게 되는 지름길인 것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돈을 버는 것 자체는 행복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946명의 억만장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자각하고 반성해야 하는 것인가.

아마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돈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일상생활의 행복보다 꼭 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희망이 여기에 있다.

먼저 재산이 많고 재산을 쌓을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재산을 기부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빌 게이츠 회장이다.

기부 활동을 통해 빌 게이츠는 많은 재산을 내놓았고,그러한 기부는 재산을 쌓은 만큼 사회적 성공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도 된다.

또한 악의적으로 돈을 벌지만 않았다면 재산을 쌓고 있는 한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행복으로도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래리 엘리슨의 회사는 수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또 그 회사가 거둬낸 기술 발전은 모든 경제분야에 도움이 되고 있고,그 회사는 수억달러의 세금도 지불하고 있다.

엘리슨은 축적한 돈으로 우리 모두에게 직·간접적으로 경제적 기회와 풍요를 준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946명의 억만장자에게 재산 축적을 그만두라고 강요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보다는 그들의 재산이 기부나 사회적 선행을 통해 모든 사람의 성공을 도와주고 있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시라큐스대학의 아서 브룩스 공공행정학과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What's Wrong With Billionaires'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