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국제변호사가 두려워" … 국내법 실정 알면서 외국어까지 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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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투신사에서 국제투자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던 김영진씨.그는 2003년 돌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로스쿨에 입학했다.
50대가 미국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만큼 어려운 얘기지만 김씨는 당당히 '미국변호사(뉴욕)'의 자격을 갖고 귀국,최근 국내 중대형 로펌인 정평에 자리잡았다.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으로 해외투자펀드의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보증하기로 한 미국 JP모건과 1억20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벌여야 했던 그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변호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진 것이 '변신'의 계기가 됐다.
국내에서 사법시험을 보는 방법도 있었지만 김씨는 미국 변호사가 되기로 '베팅'을 했다.
"외수펀드 설정과 파생금융상품 투자 등 국제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면 차별화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의 경우처럼 미국 등 해외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국제변호사들이 변호사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변호사들은 법률시장 개방으로 가장 두려운 것이 이들 '까만 머리 외국변호사'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국제변호사들은 소송대리를 위해 국내 법정에 설 수 없다.
조만간 입법예고될 '외국법 자문사법안'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니라 '외국법자문사(諮問士)'라는 명칭을 쓰게 된다.
그런데도 국내 변호사들이 '밥그릇'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이유가 뭘까.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은 "고객 니즈에 맞춰 자문에 응하다 보면 한국법 미국법 가리지 않게 되기 때문에 외형적인 타이틀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프랑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H씨는 "외국계 로펌들이 언어가 통하고 국제관행에 익숙한 국제변호사들을 우선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업 인수·합병(M&A) 금융 등 국제거래에서 앞선 노하우와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외국계 로펌 입장에서는 국내법 전문가보다는 말이 통하는 국제변호사들을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로펌을 등에 업고 들어오는 국제변호사들의 경쟁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변호사 박준원씨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매년 200명 정도의 한인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으며,1.5세대를 포함해 교포 변호사가 미국 전체로 5000~1만명을 헤아린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대형 로펌에 고용돼 있어 외국계 로펌 한국법인의 경영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제변호사에 대한 수요 급증은 이미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로스쿨과 동일한 학제를 운영 중인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의 경우 3년 전부터 50명 입학정원을 꽉 채우고 있다.
2002년 설립 초기만 해도 정원을 절반 정도밖에 못 채워 학생들은 물론 대학 당국조차 성공 여부를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 23명의 미국 변호사가 배출됐으며,이들에 대한 국내외 로펌이나 특허사무소 등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자 대학 당국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대학 법학부의 이국운 교수는 "미국 법밖에 모르는 미국 변호사와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 변호사 사이를 메워줄 국제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 용어풀이 : 국제변호사 >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시험을 치르며,원칙적으로 시험에 합격한 주의 법정만 출입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다른 주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뉴욕주 시험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비법학 전공자의 경우 LSAT 시험을 거쳐 로스쿨 3년 과정(JD)을,법대 출신은 1년~1년반 과정(LLM,MCL 등)을 이수해 24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변호사 시험(Bar Exam)을 칠 자격을 얻는다.
국제변호사는 현재 국내법상 변호사로 인정받지 못한다.
'변호사'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기업이나 로펌 등 고용주를 위해 내부적으로 법률자문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외국기업이 포함된 기업 간 계약이나 소송,인수·합병(M&A) 거래에서는 국제변호사의 역할이 적지 않다.
앞으로 '외국법 자문사법'이 시행되면 '외국법 자문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독자적인 법률자문도 가능하게 된다.
50대가 미국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만큼 어려운 얘기지만 김씨는 당당히 '미국변호사(뉴욕)'의 자격을 갖고 귀국,최근 국내 중대형 로펌인 정평에 자리잡았다.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으로 해외투자펀드의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보증하기로 한 미국 JP모건과 1억20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벌여야 했던 그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변호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진 것이 '변신'의 계기가 됐다.
국내에서 사법시험을 보는 방법도 있었지만 김씨는 미국 변호사가 되기로 '베팅'을 했다.
"외수펀드 설정과 파생금융상품 투자 등 국제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면 차별화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의 경우처럼 미국 등 해외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국제변호사들이 변호사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변호사들은 법률시장 개방으로 가장 두려운 것이 이들 '까만 머리 외국변호사'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국제변호사들은 소송대리를 위해 국내 법정에 설 수 없다.
조만간 입법예고될 '외국법 자문사법안'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니라 '외국법자문사(諮問士)'라는 명칭을 쓰게 된다.
그런데도 국내 변호사들이 '밥그릇'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이유가 뭘까.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은 "고객 니즈에 맞춰 자문에 응하다 보면 한국법 미국법 가리지 않게 되기 때문에 외형적인 타이틀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프랑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H씨는 "외국계 로펌들이 언어가 통하고 국제관행에 익숙한 국제변호사들을 우선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업 인수·합병(M&A) 금융 등 국제거래에서 앞선 노하우와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외국계 로펌 입장에서는 국내법 전문가보다는 말이 통하는 국제변호사들을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로펌을 등에 업고 들어오는 국제변호사들의 경쟁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변호사 박준원씨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매년 200명 정도의 한인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으며,1.5세대를 포함해 교포 변호사가 미국 전체로 5000~1만명을 헤아린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대형 로펌에 고용돼 있어 외국계 로펌 한국법인의 경영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제변호사에 대한 수요 급증은 이미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로스쿨과 동일한 학제를 운영 중인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의 경우 3년 전부터 50명 입학정원을 꽉 채우고 있다.
2002년 설립 초기만 해도 정원을 절반 정도밖에 못 채워 학생들은 물론 대학 당국조차 성공 여부를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 23명의 미국 변호사가 배출됐으며,이들에 대한 국내외 로펌이나 특허사무소 등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자 대학 당국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대학 법학부의 이국운 교수는 "미국 법밖에 모르는 미국 변호사와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 변호사 사이를 메워줄 국제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 용어풀이 : 국제변호사 >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시험을 치르며,원칙적으로 시험에 합격한 주의 법정만 출입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다른 주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뉴욕주 시험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비법학 전공자의 경우 LSAT 시험을 거쳐 로스쿨 3년 과정(JD)을,법대 출신은 1년~1년반 과정(LLM,MCL 등)을 이수해 24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변호사 시험(Bar Exam)을 칠 자격을 얻는다.
국제변호사는 현재 국내법상 변호사로 인정받지 못한다.
'변호사'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기업이나 로펌 등 고용주를 위해 내부적으로 법률자문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외국기업이 포함된 기업 간 계약이나 소송,인수·합병(M&A) 거래에서는 국제변호사의 역할이 적지 않다.
앞으로 '외국법 자문사법'이 시행되면 '외국법 자문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독자적인 법률자문도 가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