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제도는 과중한 빚 부담을 짊어진 채무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취지 자체야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파산 선고에 이어 면책(免責) 결정까지 받게 되면 법적으로 금융거래 등에서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실제로 빚 갚을 능력이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갚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상환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만 부추기고 있는 게 현실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개인파산제도가 얼마나 편법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는 신청 건수만 살펴봐도 한눈에 드러난다. 최근 3년간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매년 3배 이상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는 무려 12만건을 넘어섰다. 더구나 개인파산을 선고 받은 이후 면책결정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97~99%에 달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일정 비율 빚을 갚으면서 재기를 도모하는 개인회생제나 개인워크아웃제 신청자가 제자리걸음 내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개인 회생 신청자는 지난해 5만6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하는 데 그쳤고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지난해 8만여명에 머물러 2004년의 28만여명에 비하면 3분의 1 이하로 급감(急減)했다. 채무자들이 조금씩 빚을 갚으며 회생을 도모하기보다는 아예 빚을 갚을 필요가 없는 개인파산 신청으로 몰리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그런 만큼 결론은 너무도 분명하다. 개인파산제 적용 대상을 최대한 줄이고 개인회생 및 개인워크아웃 적용 대상을 늘려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과중한 빚을 지고 있는 채무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빚을 갚으려는 노력도 없이 채무만 면제받는 풍토가 만연한다면 신용(信用)사회 구축은 정말 요원해진다. "빚 갚는 사람만 바보" 라는 말은 더이상 나와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