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고성장을 뒷받침해온 가계저축률이 지난해 3%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개인 순저축률은 3.5%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10년 전인 1998년의 23.2%보다 무려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며 2005년보다도 0.7%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 같은 저축률은 신용카드 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2002년 이례적으로 기록한 2.0%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축률 하락은 그만큼 소비 지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경기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저축률이 지나치게 떨어질 경우 가계 파산 증가로 소비가 위축되고 궁극적으로 경제 악순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한국은행이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후 1990년대 말까지 단 세 차례(1975년,1980년,1981년)를 제외하곤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한국의 저축률 3.5%는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영국(4.9%) 독일(10.6%) 프랑스(11.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가계저축률이 이처럼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씀씀이는 커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큼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 순처분 가능 소득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개인 부문의 소비 지출은 같은 기간 연평균 6.9% 증가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저금리에 부동산 값이 급등하면서 빚을 내 집 장만에 나서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돈을 벌어 대출이자를 갚기에도 급급하다 보니 저축은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세금 건강보험 등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되는 비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가계저축의 원천인 가처분소득을 갉아먹고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률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경기가 악화했을 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파산이 늘어나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