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FTA제의한 걸프협력기구는] 투자자 부르는 중동의 '금융메카'
중동을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5일 한국과 걸프협력기구(GCC)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공식 제안하면서 GCC 6개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4월2일자)는 '사막에서 일고 있는 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동 금융시장이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며 GCC 6개국의 경제 발전상을 소개했다.

GCC는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오만,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 6개 산유국이 결성한 지역협력체다.

미국 민간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는 최근 "GCC 경제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호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브릭스(BRICs)에 이어 신흥 경제대국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브릭스에 아라비아를 뜻하는 A자를 넣어 '브리카'(BRICA)로 부르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뉴스위크는 GCC 역내에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 지역 증시가 글로벌 동조화 현상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어 일종의 투자위험 회피(헤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신고가를 경신하는 세계 증시들이 많지만 갈수록 상승-하락의 진폭이 커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그재그를 거듭하는 주요 증시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의 자산운용처로 GCC 6개국이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이 지역이 1990년대 이머징 마켓을 주도한 인도 브라질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소개했다. 당시의 인도 브라질처럼 이 지역 역시 외국 투자자가 극히 적고 기업 지배구조가 확립되지 않은 데다 투명 경영도 정착되지 못한 상태다.

뉴스위크는 그러나 GCC 6개국은 최근 5년간 역내 총생산(6개국 GDP의 합계)이 두 배로 늘어 총 7500억달러로 커지는 등 인도 브라질과는 다른 면도 많다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으로 역내 저축이 증가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 2000억달러(GDP의 27% 규모)에 달한다.

역내 금융자산도 현재 3조달러에 달한다.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이제 GCC도 의미 있는 경제블록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잡지는 한편으론 1970년대 고유가 시대와 달리 오일달러가 줄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30년 전만 해도 오일달러의 70~80%가 지역 분쟁으로 인한 국방비 지출에 쓰였다.

지금은 70%대의 오일달러가 고스란히 저축으로 남거나 외채 상환에 쓰인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 글로벌 이머징 마켓 담당은 "GCC 금융시장의 발전으로 작년 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당시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며 "유가 하락으로 금융시장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던 1980년대와는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시가 약세를 보였을 때 정부 투자기관들이 낮은 가격에 기업공개를 함으로써 입은 손실도 정부가 메워줬다. 투자 불씨를 살려나가기 위해서였다.

GCC 경제는 이런 노력 등에 힘입어 연간 5~7%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기업 실적은 좋은 반면 증시는 하락하는 바람에 주가수익비율(PER)이 1년 전 40~60에서 10대 중반으로 떨어져 투자할 만한 가격대로 내려왔다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