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의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판매) 연기론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제4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돼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과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및 CI보험(치명적 질병보험)의 은행창구 판매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은행의 우월적 지위만 강화하는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은 연기 또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20여만명에 달하는 설계사 조직이 '실직 등 고용불안 이슈'를 내걸며 국회 및 금융감독당국을 통해 전면적인 로비에 나설 움직임이어서 4단계 방카슈랑스가 다시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국 보험대리점협회는 26일 "조만간 제4단계 방카슈랑스를 철회할 것을 국회에 정식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지난 3년여 동안 방카슈랑스를 평가해보면 보험산업의 입지는 좁아지고 결국 은행의 배만 불렸다"며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고 보험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4단계 방카슈랑스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의 경우 방카슈랑스로 인해 전체 보험시장이 확대될 수 있지만 자동차보험은 수요창출과 전혀 무관하다"며 "설계사·대리점의 수수료를 은행이 빼앗아가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사와 모집조직들이 자동차보험과 종신·CI보험의 방카슈랑스 시행에 극력 반대하는 것은 이들 상품의 매출 비중이 30~40%로 높은 데다 영업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손보사의 경우 장기보험 등 대부분의 손해보험 마케팅이 차보험에서 출발하는데 이를 은행에 넘겨주면 설계사의 영업력이 위축돼 결국에는 은행에 더욱 더 예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생보사의 경우 종신·CI보험이 전체 매출의 31%를 차지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기반이기도 하다.

생보사 관계자는 "종신·CI보험은 개인별 특성에 맞는 보험설계가 필요하고 언더라이팅(보험인수 심사)이 관건"이라며 "비전문가인 은행이 대량판매에 나설 경우 보험사의 리스크가 증대될 뿐 아니라 불완전 판매에 따른 이미지 손상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방카슈랑스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저렴한 가격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당초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차보험과 종신보험의 방카슈랑스는 당초 2005년 4월 도입키로 했다가 보험사의 반발로 3년간 유예됐는데 이를 또다시 연기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