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범여권 대선주자들과 각 정치세력들의 '동상이몽'(同床異夢) 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겨지는 범여권 대통합 작업의 방식과 주도권을 놓고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비(非) 열린우리당,반(反) 한나라당'을 모토로 우선 독자 세력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손 전 지사는 세가 확산되면 열린우리당 재선그룹과 탈당파,민주당 등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자신이 범여권 대통합 신당을 이끌겠다는 의도다.

실제 그는 26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독자 세력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이 추구하는 제3의 정치세력을 '선진평화연대'라 이름짓고,"새 문명과 인간을 지향하는 세력들을 크게 모아서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며 "그 성격은 동서 좌우가 모두 융합될 수 있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열린우리당이 간판을 내린 뒤 범여권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대표주자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의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말 그대로 범여권의 대표 신당이 꾸려지면 그때서야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아직까지 범여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 역시 범여권 신당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로 비쳐지자 "함께 하기 어렵다"며 노골적으로 '손학규 때리기'에 나섰다. 정 전 총장에 대해서도 겉으로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내심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독자 행보를 통해 일단 지지율을 끌어올린 후 열린우리당을 기반으로 재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정 전 의장은 지난 25일 서울 잠실 역도경기장에서 지지자 5000여명이 모인 '서울평화경제포럼' 창립대회를 열어 사실상 대선 출정식을 치른 뒤 26일부터 민심 탐방 행사인 '평화투어' 일정에 들어갔다.

대선주자뿐 아니라 범여권 제 정파의 생각도 제각각이다. 열린우리당은 모든 정치세력이 각자 틀을 유지한 채 연합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기득권 포기를 강조하면서도 당 해체에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나 재야세력과의 연대에 힘쓰는 것도 이런 기조에 따른 것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중도개혁세력'이라는 분명한 노선과 정책 아래 헤쳐모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범여권의 통합과 관련,종교계 원로들이 주장하는 대통합 원탁회의에 대해선 정 전 총장과 손 전 지사가 소극적인 데 비해 정 전 의장과 천 의원 등은 적극적이고,김 전 의장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등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