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은 표준점수가 아닌 등급으로만 산출된다.

등급제 수능에서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동점자가 많아지고 변별력이 무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과목을 고르는 탐구영역에서 난이도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실력이 아닌 어느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정강정 평가원장은 26일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개요와 출제 방향,부정행위 방지 대책 등을 담은 세부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 시행 계획에 따르면 2008학년도 수능 성적은 영역별 점수(정답을 맞힌 문항에 부여된 배점의 합)를 기준으로 한 등급으로만 부여된다.

등급은 영역별로 부여되는데 수험생의 상위 4%까지가 1등급,그 다음 7%가 2등급(누적 11%),이어 12%가 3등급(누적 23%)을 각각 받게 된다.

같은 등급 안에서는 누가 더 잘했는지 알 수 없다.

비율을 초과한 인원에 대해서는 모두 상위등급을 부여한다.

상위 3.8%에서 4.2%까지가 동점이라면 4.2%까지 모두 1등급을 부여한다.

올해 수능에서는 난이도 조절이 어느 해보다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등급제로 수능이 바뀌어 다수의 동점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데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수능만을 100% 반영하는 우선선발을 실시하는 등 수능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만약 수험생의 선택에 따라 골라 치르게 되는 탐구영역의 일부 과목에서 만점자가 11%를 넘을 경우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아닌 3~4등급을 받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실력이 아닌 어느 과목을 골랐느냐에 따라 당락이 나뉜다.

정 원장은 "모든 영역에서 난이도 조절에 성공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전제한 후 "지난 3년간의 출제를 분석하고 많은 노하우를 동원해 비는 등급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등급을 선명하게 구분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수능을 어렵게 출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지난해와 엇비슷한 난이도로 문제를 출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원서를 낸 후 수시 1학기 합격 등의 이유로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응시료 반환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수시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응시료 반환 요청과 관련,정 원장은 "수수료를 3년째 동결하고 있어 반환해 줄 형편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6월7일과 9월6일 두 번에 걸쳐 전국 규모의 모의평가를 실시해 수험생들이 수능의 유형을 확인하고 난이도도 가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