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은행장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돌아가라."

박해춘 신임 우리은행장의 취임식과 기자회견이 노동조합의 저지로 무산됐다.

우리은행은 26일 서울 회현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23층 회의실에서 2006회계연도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해 박 전 LG카드 사장을 은행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행장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행장은 노조원 40여명의 물리적 저지에 막혀 우리은행 본점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박 행장은 자신을 가로막는 마호웅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에게 "은행 현안을 파악하고 여러 가지 사안을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서로 대화해야 한다"며 "어려운지 알겠지만 취임식장에 들어가서 많은 얘기를 듣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 위원장은 "우리는 절대 행장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사생결단의 의지로 취임식을 막을 것이니 그냥 돌아가라"고 대응했다.

우리은행은 은행장 취임식과 취임 기자간담회 일정을 다시 짤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이 27일부터 은행장으로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하지만 노조의 저지로 당분간 정상적으로 출근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이날 열린 이임식에서 "남산 산책길에 핀 벚꽃을 보면 우리은행이 생각나고 시내에 있는 우리은행 지점 간판을 보면 임직원 모두가 떠오를 것 같다"며 "강한 리더십과 검증된 경영능력을 갖춘 박해춘 행장을 신임 행장으로 맞게 돼 마음 든든하다"며 이임사를 대신했다.

박 행장과 함께 이날 주총에서는 이순우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집행부행장이 부행장으로,양원근 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김문환 국민대 총장(신임),하성근 연세대 상경대 경제학부 교수,윤경희 ABN암로증권 한국대표,최경수 계명대 경영대학 교수,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조현철 예금보험공사 혁신기획실장,김한주 동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가 각각 선임됐다.

이사회 의장은 박 회장 내정자가 맡게 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