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주자들 승부수..보혁논쟁 촉발할 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이 대선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발전하고 있다.

30일로 예상되는 최종 협상타결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범여권 대선주자군이 찬반 진영으로 극명히 갈라선 채 제각기 캠페인을 주도해나가는 첨예한 대치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수세국면에 내몰린 범여권 주자진영은 반(反) FTA 기치를 내걸고 `필사적' 기세로 반전을 꾀하기 시작했고 한나라당 주자 진영은 FTA 찬성 기조를 보다 선명히 드러내면서 맞대응 시도하고 있어 전선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선주자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만큼 FTA 이슈의 파괴력을 의식한 측면이 커보인다.

FTA 논란은 사회 전반적으로 지역.세대.소득에 따라 찬반이 팽팽한데다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농민층의 이해가 걸려있는 메가톤급 쟁점사안. 따라서 개별 유권자의 FTA 찬반입장이 대선후보 지지 여부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선주자군의 공통된 상황인식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단순히 경제이슈가 아니라 보.혁논쟁과 직결돼있는데다 대미관계와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시각차까지 맞물려있는 문제"라며 "올해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FTA 시간표'와 대선일정도 미묘하게 맞물려 있다.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돌입 시기가 각 당의 오픈프라이머리 일정(8-9월)과 겹쳐있어 대선판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범여권 주자진영은 `승부수'를 띄운 분위기다.

탈당그룹의 천정배(千正培) 의원에 이어 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전 의장이 27일 오후 단식농성에 돌입할 예정이고 협상진행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동영(鄭東泳) 전의장은 천.김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하지만 역시 반대쪽의 스탠스를 굳히고 있다.

범여권 주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한미 FTA를 고리로 흐트러진 진보.개혁세력의 지지를 다시 모으고 현재의 수세국면을 반전시키는 모멘텀을 만들어보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대목은 FTA 문제가 지지부진한 범여권 통합논의에 속도를 붙이는 촉매제가 될 개연성이 있는 점이다.

천정배-김근태-정동영 등식의 `반 FTA 연대'가 구성이 현실화될 경우 `FTA발' 통합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란 관망이 나온다.

천 의원과 김 전의장은 26일 오찬회동을 갖고 향후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찬성 기조를 보다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FTA가 대미관계의 특수성과 맞물려 있는데다 자신들이 강조해온 경제도약 모델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진영과 각을 세우면서 보수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호재'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농민층의 반발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 조심스런 대응기류도 읽혀진다.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한미 FTA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그러나 농산물과 육류 등 개방에 취약한 부분은 특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측은 범여권 일부 주자들의 단식농성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나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측은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국익을 극대화하는 협상이 돼야 하고 쌀은 개방에서 예외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미 FTA 논란은 협상타결 이후에도 대선기간 내내 정국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이슈로 자리매김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