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라이프의 한국 진출을 추진 중인 김율 린든랩코리아 지사장(37)은 "한국은 미국 본사(린든랩)가 세컨드라이프를 외국어로 서비스 하는 첫번째 국가"라며 "글로벌 요충지로 정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든랩이 운영하는 세컨드라이프는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현실 서비스.27일 김 지사장을 만나 한국 진출 방안에 관해 얘기를 들었다.

짧은 머리에 짙은 뿔테 안경,검정색 가죽점퍼 차림으로 약속 장소인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 나타난 그는 "한국 시장이 특수하고 미국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안다"며 소상히 밝혔다.


-린든랩이 한국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웹그래픽 분야에서 우수한 개발자가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을 봐도 한국은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유난히 강한데 최고의 개발자들이 세컨드라이프에 많이 입점하길 기대한다.

이들이 세컨드라이프에 계정을 만들고 들어와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하면 세컨드라이프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 서비스 계획은.

"메뉴,도움말,초보자 안내서,웹사이트까지 모두 한글화한다.

홈페이지부터 계정 생성,클라이언트 프로그램 내용까지 다 한글로 서비스한다.

세컨드라이프에 들어가면 많은 외국인을 만나겠지만 한글만 알아도 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아바타를 키우고 활동하는 모습이 온라인게임과 비슷하지 않은가.

"세컨드라이프는 온라인게임과 전혀 다르다.

게임에는 목적과 미션이 있지만 세컨드라이프에는 아무런 과제가 없고 뚜렷한 목적이 없다.

실생활과 마찬가지로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갈 뿐이다.

아이템 역시 게임에서는 게임 제작사가 제공하지만 세컨드라이프에서는 린든랩이 제공하는 게 없다.

거래 아이템도 모두 거주자들이 알아서 만들어 파는 것이다.

린든랩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2001년에 다다월드가 등장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알고 있다.

정말 선구적인 서비스였다.

하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

세컨드라이프가 다다월드와 다른 점은 완전히 개방돼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지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이것을 판매할 수도 있다.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아이템 등을 받았던 다다월드나 싸이월드,미국의 데어닷컴,소니가 준비하는 플레이스테이션3(PS3)용 '홈' 같은 서비스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 기업이나 네티즌의 반응은 어떤가.

"미국과 많이 다르다.

미국 기업들은 세컨드라이프에 입점해 사업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세컨드라이프 사업 자체에 더 관심이 있다.

세컨드라이프의 한국 독점 서비스권을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린든랩에는 그런 계획이 없다."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 그래픽이 엉성하지 않나.

"인정한다.

2003년에 나왔으니 벌써 4년이 지났고 온라인게임보다 훨씬 방대한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접속하기 때문에 그래픽 수준을 많이 높일 수 없었다.

때문에 화려한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한국인에겐 그래픽이 '별로'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다.

시기를 밝힐 순 없지만 마치 흑백TV에서 컬러TV로 넘어가듯 비교할 수 없는 향상된 그래픽으로 거듭날 것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