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성공비결은 철저한 반(反)현지화 전략에 있습니다."

100개의 매장,중국 시장 10대 패션 브랜드(2006년 '패션복식보도' 선정),연간 판매액 700억원.2004년 8월 중국 시장에 직접투자 방식으로 진출한 '캐포츠(캐주얼+스포츠)'의 원조 EXR가 2년 반 만에 받아든 성적표다.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대한민국 섬유대전(프리뷰 인 상하이)' 행사장에서 만난 민복기 EXR 사장(46·사진)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섣부른 중국 진출에서 쓴잔을 마신 기업들이 모두들 '현지화'를 부르짖는 마당에,반대로 간 게 먹혔다니 웬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민 사장은 "중국인들에게 익숙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만 가져다 팔아서는 '명품'이 될 수 없다"며 "EXR는 오히려 중국 전용 라인을 만들지 않고 한국에서 파는 상품과 똑같은 것을 내놓으며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EXR가 2년 연속으로 프리뷰 인 상하이 행사장에 거액을 들여 초대형 부스를 설치한 것도 민 사장의 이 같은 철학 때문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프리뷰 인 상하이지만 이랜드,FnC코오롱 등 메이저 패션업체들은 "들인 돈만큼 수주 성과가 나지 않는다"며 중국 측 민·관이 개최하는 박람회 쪽으로 프로모션 루트를 옮겼다.

하지만 EXR는 한국 브랜드만 참가하는 이 행사의 '바이어 초청 비즈니스 리셉션'의 스폰서까지 자청했다.

패션 중심 도시 상하이에 사는 '얼리 어답터'들에게 EXR가 한국의 '메이저 브랜드'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만큼 중국 현지 마케팅에 효과적인 전략은 없다는 게 민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이번 프리뷰 인 상하이에도 40여개 현지 언론매체가 취재를 나왔다"며 "여러 매체의 한국 관련 보도 속에 자연스럽게 EXR가 노출되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리뷰 인 상하이를 개최한 섬유산업연합회의 현지 시장조사 결과,중국인들의 한국산 패션 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프랑스,이탈리아제(製)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10%만을 공략한 것도 EXR가 빠른 기간 내에 급성장한 요인이다.

민 사장은 "같은 중국인이라도 양쯔강 남·북에 사는 이들이 서로 다르고,소득계층에 따라 패션 취향이나 라이프 스타일,심지어는 체형까지 다르다"며 "이 때문에 현지화를 꾀하더라도 보다 섬세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층 공략을 위해 EXR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특급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 운동복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 한·중 합작 드라마에 의상을 협찬하는 등 부유층을 상대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상하이를 기준으로 EXR는 청바지를 리바이스(700위안)보다 두 배나 높은 가격(1400위안)에 팔고 있다.

민 사장은 "우리 제품 중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30% 미만"이라며 "원가 절감을 하기보다는 영국에서 디자인하고 한국에서 만든 뒤 높은 가격을 매겨 팔면 수익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상하이(중국)=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