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작가 류병엽 화백(70)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20년 만에 개인전(4월4~22일)을 갖는다.

류 화백은 명암을 없앤 평면 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산천을 오방색 미감으로 화면에 담아 온 작가다.

'큰 그림'전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지난 20여년간 월출산 내장산 인왕산 한라산 백두산 등 명산을 돌며 웅장한 자태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낸 3m 이상 크기의 대작 40여점이 걸린다.

류 화백의 화업 50여년을 둘러보고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박고석 이대원 등 대가들 이후의 구상화 명맥을 재조명해보는 자리다.

그의 붓질과 색감은 옛 고향을 한껏 살려내는 듯하다.

14m짜리 대작 '백두산 천지'에서도 보이듯 그는 질박한 한국 산천의 아름다움을 '민족의 향수'로 승화시켰다.

이 작품은 전시장이 좁아 걸리지는 못하고 도록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의 월출산'과 '고향풍경''남도 바다''산마을의 아침'도 명상과 향수를 찾는 데 주안점을 둔 작품.구불구불한 곡선의 논두렁 길,고궁의 하늘과 맞닿아 있는 기와선,오래된 소나무 등 전통적인 소재를 캔버스로 불러들여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산'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풍경' 사이에 수많은 의표가 담겨져 있어 고요와 격정의 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류 화백의 작업은 색면을 통해서는 끊임없는 평면의식을 노출시키지만 형태를 통해서는 회화가 이미지의 세계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02)2287-356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