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는 '에너지 절약'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6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GM 포드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 '빅3' 최고경영자(CEO)들과 백악관에서 머리를 맞댔다.

부시 대통령이 빅3 CEO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은 작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 작년 11월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빅3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였지만 이날 화두는 '대체연료 자동차'였다.

릭 왜고너 GM 회장 겸 CEO,앨런 멀랠리 포드자동차 사장 겸 CEO,톰 라소다 크라이슬러 사장 겸 CEO는 이 자리에서 에탄올 85%와 휘발유 15%를 혼합한 대체연료 'E-85'가 석유 수입을 감소시킬 유일한 해결책임을 강조했다. 10년 내 미국의 석유 소비를 20% 감축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 부합한다는 것. 이들은 E-85의 생산 및 유통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부와 관련 업계가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관련 인프라 확충에 대한 정부와 연료생산 업체들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빅3 대표들은 특히 "2010년까지 매년 200만대의 대체연료 자동차를 생산하고,2012년까지 대체연료 자동차 생산 비중을 전체 자동차 및 트럭의 절반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드디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며 "이는 미국 역사상 중대한 '기술적 돌파구'(technological breakthrough)"라고 치하했다.

미국에는 600만대의 대체연료 차량이 있으나 전국 17만곳의 주유소 가운데 E-85를 취급하는 곳은 2100여곳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계 CEO들은 2017년까지 대체연료 차가 전체 자동차의 절반이 될 경우 연간 370억갤런의 휘발유가 절약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딕 체니 부통령,새뮤얼 보드먼 에너지장관,메리 피터스 교통부 장관 등도 배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는 국가 안보와 소비자들의 이익에 직결돼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빅3 CEO들이 요구한 인센티브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왜고너 회장은 "구체적인 대화를 갖지 못했다"고 언급해 부시 대통령의 지원 유보에 대한 섭섭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빅3 CEO들은 작년 11월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세금 인하,보조금 지급 등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구체적인 지원을 유보해왔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는 GM과 포드 공장을 처음으로 방문,자동차 업계를 바라보는 부시 행정부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회동에 대체연료 자동차 선두주자인 도요타자동차 관계자들을 초청하지 않은 것도 '미 자동차 빅3 껴안기'로 풀이된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