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호재도 많지만 올해 토지시장 규제가 강화돼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강했는데,오히려 호가가 오르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땅을 팔려는 부재 지주들이 올해부터 중과된 양도소득세만큼 가격을 올려 받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땅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죠." 강원도 평창·횡성군 일대는 동계올림픽 유치 추진이나 알펜시아 리조트 착공,서울~강릉 간 복선전철 계획 등의 호재가 많은 곳이다.

그러나 현장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현지 중개업자들은 이처럼 한결같이 양도세 중과에 따른 '땅값 이상 급등'을 지적하며 난감하다는 표정이었다.

땅을 사 볼까 하는 생각으로 현지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가격이 올랐다는 말에 발길을 돌리고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도 땅 주인들이 대부분 양도세 부담을 의식해 도로 거둬들이는 바람에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라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속출하는 등 현지 부동산 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다.


◆올해부터 양도세 60% 중과

평창·횡성 일대 중개업소들은 땅 주인들이 거래 계약서를 쓰는 단계에 와서도 없던 일로 하자며 계약을 파기하거나 호가를 다시 높여 부르는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체 땅 주인의 80%로 추산되는 부재 지주들은 이런 일이 다반사다.

현지 거주 땅 주인들은 농지·임야·목장 용지·비사업용 토지 등에 대한 양도세가 종전대로 9~36%이지만 부재 지주들은 올 1월부터 60%로 중과돼 땅을 팔면 주민세까지 포함할 경우 양도차익의 66%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평창군 봉평면 평창공인의 조기덕 사장은 "부재 지주의 경우 양도세를 물어보고 나서는 10명 중 아홉은 계약서를 새로 쓰자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양도세 중과분이 전가되는 바람에 호가도 크게 올랐다.

작년만 해도 평당 10만~20만원 정도였던 횡성군 논·밭은 최근 평당 20만~30만원으로 올랐고 평창 휘닉스파크 등 리조트 인근 임야는 평당 50만원 이하로 나온 매물을 찾기 어렵다.

토지 컨설팅업체인 다산서비스 이종창 사장은 "오랫동안 농사 짓던 현지인은 땅을 팔 이유가 별로 없고 장기 투자자가 많은 부재 지주들은 양도세가 높아 굳이 처분하려 들지 않는다"면서 "양도세 중과로 가격까지 올라 각종 지역개발 사업이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 끊기며 중개업소 폐업 속출

토지 거래가 거의 끊기다 보니 중개업소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현지에선 간판만 중개업소일 뿐 비어 있는 건물이 눈에 띄게 많았다.

횡성군 둔내면 손동수 사장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투자 목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종종 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땅 말고 주택 등의 거래는 원래 없는 곳이어서 몇 개월 동안 계약서를 써 보지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평창·횡성 지역에선 한 달에 10여 곳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평창군 A공인 관계자는 "평창에만 250여 곳의 중개업소가 있는데 상당수가 신고만 안 했을 뿐 이미 폐업한 상태"라며 "개발 바람을 타고 외부에서 많이 흘러들어왔던 중개업자들이 먼저 떠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원주택 개발업체인 광개토개발 오세윤 사장은 "요즘 강원도 지역 중개업소들은 생존을 위해 소규모 토목·건축 등의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평창·횡성=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