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원칩…'삼성 인사이드'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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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부터 개인용 컴퓨터(PC)나 노트북 PC 표면에 붙기 시작한 '인텔 인사이드'는 인텔이라는 기업 브랜드를 홍보하는 라벨이지만,컴퓨터 업계가 마케팅에 활용해온 측면도 강하다.
인텔 반도체 칩에 담긴 기술력과 공신력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삼성 인사이드'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의 표면에 '삼성 인사이드'라는 라벨이 붙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하나의 반도체 칩으로 수많은 디지털 기기의 성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면 그 시기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삼성전자가 27일 선보인 '플렉스 원낸드'는 다양한 반도체의 기능을 하나의 칩에 집적시키는 '원칩 솔루션(One Chip Solution)'을 세트 업체들의 수요와 연계해 개발했다는 점에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MP3플레이어 등 모바일 기기의 융·복합화(컨버전스)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퓨전 메모리'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용자 주도형 퓨전 메모리
플렉스 원낸드는 한마디로 고객사인 세트 업체에 제품 활용의 주도권을 넘겨준 제품이다.
휴대폰 업체들의 경우 그동안 SLC와 MLC 낸드플래시를 따로 구입해 제품의 목적에 맞게 별도로 설계를 해야 했다.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플렉스 원낸드를 사용하면 하나의 칩만 구입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뮤직폰 등 고용량 데이터 저장이 필요한 제품에는 MLC의 비중을 높이고,속도가 중요한 제품에는 SLC의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하나의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휴대폰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3세대 퓨전 메모리 시대 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퓨전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퓨전 1세대는 멀티 칩 패키지(MCP),시스템 인 패키지(SiP) 등 반도체 칩의 물리적 결합에 그친 형태였다.
이어 2005년 개발한 원낸드가 2세대 퓨전 메모리로 불린다.
낸드플래시와 S램,논리회로 등을 합쳐 기억,연산,처리 등의 기능을 한 칩에 모은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내놓은 원D램(D램과 S램의 결합)에 이어 이번에 플렉스 원낸드(MLC와 SLC의 결합)를 선보임으로써 3세대 퓨전 메모리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3세대의 특징은 서로 다른 종류의 메모리를 하나의 칩에 모았다는 것.그동안은 중앙처리장치(CPU)의 보조 역할에 머물렀던 메모리가 시스템의 핵심 역할로 부상한 것이다.
◆모바일 시대는 삼성이 주도
황창규 사장은 "과거에는 세트 업체들이 원하는 대로 반도체를 생산했지만 퓨전 메모리 시대에는 반도체가 제품의 트렌드를 이끈다"고 말했다.
갖가지 퓨전 반도체로 만들 수 있는 최종 제품을 세트 업체들에 제시함으로써 미래의 시장 트렌드를 주도해 나간다는 것.이 같은 역할을 통해 PC 시대의 인텔처럼 모바일 시대는 삼성이 이끌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2005년 내놓은 원낸드의 경우 삼성만 생산하는 제품이라 시장이 활성화하는 데 2∼3년이 걸렸는데 플렉스 원낸드는 당장 2분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며 "고객사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의 역할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인사이드'가 '인텔 인사이드'를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다.
타이베이(대만)=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