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카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한 최종 통상장관 협상이 27일 속개됐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장관이 나서고 농업·섬유·금융분야는 차관보급 회담이 따로 열렸지만 서로 전략 노출을 꺼린 채 '기(氣) 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 초반에 돌파구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시한이 31일 오전 7시로 못박혀 있다는 점에서 28~29일께는 한 발씩 물러서는 '빅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8~29일 가닥 보일 듯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열린우리당 한·미 FTA 특위에 출석,"19개 협상분야 중 통관과 정부 조달 등 10개 분야에서 사실상 협상이 타결됐고 90%는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남은 10%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쌀 같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요구가 있을 때는 결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킬 것은 지키고 얻을 것은 얻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의 발언은 양국이 아직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핵심 쟁점인 자동차와 농업 섬유분야가 대표적이다.

통상장관은 첫날부터 자동차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소득이 없다.

자동차 협상 관계자는 "미국은 자동차를 단지 '기타(예외)' 품목으로 놔두진 않겠다는 원칙만 밝힌 뒤 아무런 구체적 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우리도 세제 개편안 등을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작된 농업과 섬유 금융분야 고위급 협상도 평행선을 달렸다.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이 "쌀은 미국이 어떤 의도로 이야기했는지 분명치 않다"며 "판 자체가 날아가면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협상단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사흘이나 남아 있다"며 "최후의 순간이 돼야 양국이 진정한 패를 서로 내놓을 것"이라며 타결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노동도 빌트인 가능성

노동분야도 '빌트인' 방식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몇 가지 추가 의제를 협상 타결 이후로 넘겨 추후 논의하는 방식이다.

이는 노동 환경 등을 중시해온 미국 민주당이 작년 말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데 따른 것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이 노동분야에서 추가 요구를 제기할지 아직 불확실하다"며 "미국이 충분한 의견 수렴도 되지 않은 요구를 막판에 꺼내들기보다 향후 가동될 노동분야 협력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가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노동분야 의제로는 복수노조 인정,비정규직 보호 강화 등이 꼽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