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신임 우리은행장은 27일 이틀 째 우리은행에 출근하지 못했다.

전날 예정된 취임식에 노조 저지로 참석하지 못한 데 이어 노조가 출근을 막았기 때문이다.

일 욕심이 많은 박 행장은 씁쓸한 마음으로 외부에서 업무 보고를 받으며 재정경제부 등 관계 기관에 취임인사를 하러 다녔다.

우리은행 노조는 신임 행장 출근 저지 명분으로 "박 행장이 은행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 인사인 데다 정부를 등에 업은 낙하산 인사란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은행원을 대표하는 노조 역시 이해당사자라는 측면에서 인사 결과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탓할 순 없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신임 행장의 출근을 막는 노조의 행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명분이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듯, "박 행장을 절대 행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결연한 태도를 보였던 우리은행 노조는 전날 저녁 노사 협상에 응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우리은행이 예보와 맺는 경영개선약정(MOU)을 폐지해줄 것과 일방적 민영화를 추진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은행의 미래 경쟁력과 노조원의 복지와 권익 향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들이다.

게다가 신임 행장이 들어줄 수 없는 권한 밖의 요구들이다.

노조의 전략은 신임 행장 선임을 계기로 출근 저지 등을 통해 강력한 힘을 보여준 뒤 혹시 모를 구조조정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마호웅 노조 위원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조조정이 끝난 곳에 구조조정 전문가를 보낸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고용안정이 최우선 요구사항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은행 산업의 현주소를 감안할 때 노조의 '떼쓰기'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새 행장을 중심으로 서둘러 전열을 정비하고 해외진출 전략을 마련해도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실력행사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 하기보다 박해춘 신임 행장으로부터 우리은행 미래 전략부터 들어야 한다.

은행이 뻗어가면 굳이 구조조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인설 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