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감을 앞두고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FTA 관련 '계기수업'을 권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에게 편향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계기수업이란 정규 교육과정에 없는 내용을 특정 사회현상과 사건 등을 계기로 별도 수업을 실시하는 것.전교조는 28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사회,지리,역사,도덕,국어 및 경제통합과 관련 있는 교과의 조합원 교사들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계기수업을 하도록 권장했다고 밝혔다.

정애순 전교조 대변인은 "학생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개별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육자료와 방향을 설정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교조 중앙본부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개별 지도교사들에게 제공한 참고용 교육자료는 FTA의 부작용에만 초점이 맞춰져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교조는 FTA 체결 이후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을 집중 소개한 일부 방송 보도만을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영상매체에 익숙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FTA에 반대 입장을 갖도록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캐나다의 주요 도시에서 어김없이 노숙자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1994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캐나다의 현재를 상징하는 장면' 'NAFTA 이후 멕시코는 고용은 증가하지 않고 고용의 질은 오히려 하락했으며 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전통적인 중산층은 완전히 붕괴됐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물론 FTA를 통한 수출 증대와 외국인 투자 확대 등의 순기능도 언급하고는 있다.

그러나 전체 내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의 FTA 추진 이유나 각종 경제단체 등이 주장하는 FTA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대신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이 언론보도 내용을 요약·분석한 후 FTA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표명하도록 지도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박사는 "멕시코의 양극화 현상 등을 무조건 FTA의 산물이라고 할 수 없다"며 "오히려 OECD수치 등을 살펴보면 멕시코의 지니계수(소득분배 불균형 수치)는 1990년대보다 2000년대 들어 더 낮아져 양극화가 완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이홍식 박사도 "멕시코의 경우 1970~90년대 겪었던 경제적·정치적 혼란 등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며 "또 한·미 FTA를 거론할 때에는 미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우리 경쟁국가들의 FTA 협정 현황 등도 교육내용에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 관계자는 "전교조의 수업 내용 등을 검토한 후 법적 제재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