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취임 1년을 맞는 이성태 총재는 28일 "소비자물가를 목표 이하로 아무리 안정시켰다고 하더라도 경제가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렵고,금융이 정상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면 통화정책을 잘 수행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물가가 매우 안정돼 있지만 경제와 금융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치유하기 위한 금리인상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통화위원장인 이 총재는 지난해 8월 이후 콜금리 목표치를 계속 동결해왔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여전히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금리인상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우려와 일부 금융통화위원들의 반대로 이 총재의 소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판단이 들 정도다.




◆'긴축' 통화정책 일관성 유지

이 총재는 금리인하 목소리를 내온 정치권과 재정경제부에 맞서 금리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해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1년간 외풍에 맞서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지켜냈다는 평도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한 뒤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콜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작년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선 이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금통위원들이 금리인상에 찬성 3명,반대 3명으로 팽팽히 엇갈리자 이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금리인상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당시는 정부와 여당에서 금리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었다.

이 총재는 이후 유동성 흡수를 위해 지준율 인상이라는 시장이 예견치 못했던 '칼'을 16년 만에 빼들었다.

경기둔화 조짐 등으로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부담스러워지자 직접적인 통화량 규제에 나선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준율 인상조치가 시장에 충격을 주긴 했지만 유동성 흡수라는 목적을 위해선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준율 인상은 금리인상이 통화량 축소로 이어지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좀 더 일찌감치 금리를 더 올렸어야 했는데 적기를 놓쳐 무리하게 통화량을 직접 조절하는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금리가 적정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일 땐 통화정책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지난해 상반기 경기가 비교적 좋았을 때 지금의 실제 콜금리 수준 정도로는 금리를 올려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선에 빠지지 말아야"

이 총재는 취임 1년을 맞아 사내보인 '한은 소식'과 가진 대담에서 "중앙은행은 한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경쟁상대가 없어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으면 무사안일에 빠지기 쉽다"면서 "보수적이고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집단은 스스로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 총재의 목소리가 어떤 메아리로 되돌아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