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다수파인 민주당이 27일 획기적인 새 무역정책을 공개, 막판으로 몰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찰스 랑겔(뉴욕주) 하원 세출위원장이 이날 공개한 새 무역정책은 노동 및 환경 기준, 통화 관리, 비관세 장벽, 국내 노동자 보호 방안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조치는 특히 무역역조 현상이 심화돼 미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 공화당이 초당적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게다가 조지 부시 행정부는 지금 콜롬비아와 페루, 파나마 등과의 FTA 비준을 받기 위해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 미국은 최근 말레이시아를 비롯, 태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스위스 등과는 FTA 협상을 사실상 중단했다.

랑겔 위원장이 이날 "통상 정책에 관한 초당적인 협력 체제를 복원하는 단계에 있다"면서 "이번 주말까지 공화당 및 백악관과 공감대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실제 랑겔 위원장은 수일 전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비밀리에 회동, 통상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오는 6월 말로 만료되는 미 행정부의 신속처리권한(TPA) 연장 문제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TPA 연장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은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반면, 공화당은 자유무역주의 원칙하에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만약 공화, 민주당간에 TPA 문제에 일정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한미 FTA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무역정책에 관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의 대외 자유무역협정(FTA)에 적용되는 기존 시한에 융통성이 부여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샌더 래빈 하원 무역소위원장은 FTA 협정서명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온 것과 관련, FTA 문제가 이에 준해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고, 하원 원내대표인 스테니 호이어 의원도 "일부 융통성이 발휘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공화당 중진인 짐 맥크레리 의원은 개인 성명을 통해 민주당과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민주당의 새 정책 조정으로 한미 양국 정부간 협상이 오는 4월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3일 "신속협상절차(신속협상권한·TPA) 안에 하면 아주 좋고 그 절차의 기간 내에 못하면 좀 불편한 절차를 밟더라도 그 이후까지 (협상을) 지속해서 갈 수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는 31일 오전 7시로 못 박힌 협상 시한은 TPA법에 따른 것으로 최종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양국 정부간 협상은 4월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통상협상의 권한이 의회에 있기 때문에 TPA를 의회가 회수하면 최종 타결은 장기화하면서 결국 협상이 표류할 개연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바로 여기에 한미 양국의 고민이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